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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 가을 바다의 왕자를 잡숴봐

갈치, 가을 바다의 왕자를 잡숴봐

  • 기자명 강상태
  • 입력 2024.09.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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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난 목포 먹갈치, 없어서 못 드린당께요

[강상태·Fish 큐레이터]

보통 생선 장수는 7월부터 바빠지기 시작해서 8월이면 더더욱 정신이 없다. 고등어는 시도 때도 없고 시간도 없지만, 양심상 제대로 손질을 해야 내보낼 수 있다. 그것이 고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오징어는 느닷없다. 해를 거르기도 하고, 이달에는 있다가도 다음 달엔 나오지 않는 등 아주 불규칙하다. 이게 다 기후변화 때문이라는데 아무튼 오징어는 너무 빨리 상하기 때문에 주문받자마자 손질해 곧바로 냉동에 들어간다.

강상태(Fish 큐레이터)
강상태(Fish 큐레이터)

갈치가 나오는 시기를 보면, 7월을 시작점으로 다음 해 1월까지 나온다. 하지만 우리 한국에서 갈치가 가장 맛있는 시기는 7월에서 10월 사이다. 갈치는 우리나라 초봄 제주도 서쪽 바다에서 겨울을 나고, 4월쯤 무리를 지어 북쪽으로 향한다. 보통 뻐꾸기 우는 6월에서 7월까지 서·남해안과 중국 연안에 머무르며 산란을 하는데, 암컷 한 마리는 산란 기간 중 10만여 개의 알을 낳는다고 한다.

갈치는 고등어목 갈치과의 바닷물고기다. 몸길이 1.5m 정도로 몸은 가늘고 길며 납작하다. 칼처럼 긴 몸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도어(刀魚) 또는 칼치라고도 불린다. 19세기 초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갈치를 군대어(裙帶魚)로 기록했고, 세속에서는 갈치어(葛峙魚)라고 부른다고 적었다. 정약전은 치마끈처럼 보이는 갈치의 형태를 한자로 표기(치마 , )한 것으로 보인다. 세속에서는 칼의 옛말인 갈()과 물고기에 붙는 접미사 티()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갈티가 그대로 이어져 갈치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보면 된다.

갈치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눈 > > 두께 순으로 해야 한다. 국내산 갈치는 잡을 때 눈알이 투명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주 연한 황록색을 띠기도 한다. 등지느러미는 은색이며 선도가 좋을수록 푸른빛이 살짝 돈다. 이 지느러미를 기준으로 은갈치(제주)와 먹갈치(목포)를 구분한다.

눈알의 선도야 보면 금방 알 수가 있다. 그 다음이 문제다. “오메 저것이 더 크요... 아짐 것 이 더 크구마이.. 내 것 두고 눈 돌리기 일쑤네. 주인장 갈치 들고 비교하기 바쁘요. 금새 멋쩍어 하실람서, 또 그요. 장사의 눈은 저울이요, 중매인들은 눈으로 무게를 다요. 생선가게 주인장은 분배에 실패하지 않지라. 단 한 번으로 거짓 눈은 10년 단골 끝나는 날, 단 한 번 아짐의 눈 칼을 피하는 상책은 정직함밖에 없다오. 어제의 아짐처럼 이것 내 갈치 아니네. 한참 짜증을 부리다가 갈치 들고 의심에 의심을 더하다가 한 마리 한 마리 비교하니 다 끝나기도 전에 도망가듯 사라지니, 아짐 어디 가요~ 갈치는 들고 가야재랑...”

갈치, 가을 전어를 먹고 자란다!

3년 이상 된 갈치는 작은 물고기나 오징어나 새우, , 전어 등을 먹고 산다. 왕왕 대형 갈치 속에 새끼 전어가 들어 있는 이유다. 그래서 가을 수 꽃게와 집 나간 가을 전어를 먹고 자란 갈치라면 과연 진정한 바다의 왕자 아니겠는가?

국내산 갈치는 대략 4~5 종류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갈치라는 점에는 동일하다. 은갈치와 먹갈치는 종이 다른 게 아니다. 순전히 잡는 방식에 따른다. 제주 바다에서는 주낚으로 한 마라 한 마리씩 잡기 때문에 지느러미가 상하지 않아 갈치의 상품성이 온전하다. 물론 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 어획량 자체가 많지 않아 가격도 더불어 상승한다.

목포를 중심으로 서·남해안에서 나는 갈치는 안강망과 저인망으로 잡는다. 그물로 잡기 때문에 갈치들이 서로 얽혀서 지느러미에 상처가 나는 건 불가피하다. 대량 확보와 가격 인하는 가능하면서도 흠이 있다는 점이 은갈치와 다르다. 물론 흠난 갈치라고 하여 내다 버리는 세일 상품은 아니다. 5~8월 사이에 주로 안강망으로 잡는 갈치 새끼가 풀치다. 전라도에서 붙인 이름이다. 멸치를 잡다가 어쩌다 잡히기도 하면 그것들을 또 모은다. 전라도 백반집에서 빠질 수 없는 기본 반찬 중 하나가 바로 이 풀치다. 꼬들꼬들하게 말려질 무렵이면 새보다 짐승보다 큰 풀치 도둑이 생겨난다. 씹는 맛을 즐기기 위해 풀치를 골라서 짭짤함도 지니고 단맛이 날 때까지 씹다가 삼키면, 왠지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다. 먹고 먹다 보면 야 이놈들아! 소리가 나오기 전보다 더 빨리 도망친다. 누구네 아들, 또 누구네 조카 맞지. 소리보다 빠르게 도망친다. 풀치만 보면 가방을 둘러맨 그 시절이 잔영처럼 다가온다. 어느 시인의 책 제목처럼 풀치는 내게 옛사랑의 그림자이다.

 말린 풀치(사진=강상태 제공)
 말린 풀치(사진=강상태 제공)

지금도 전라도 백반집에 가면 먼저 찬거리가 나오면 일단 다 나올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잘 버무려진 갈치 속젓을 오물오물한다. 갈치 내장은 따로 모아 속젓을 담그는데 독특한 향이 일품이다. 갓 지은 따끈한 밥에 참기름 조금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맛이 기막히다. 밥 나오기 전에 소주 몇 잔을 들이키는 즐거움을 주는 게 바로 풀치요 갈치 속젓이다.

저 흰옷을 입은 장수는 누구냐고 묻는 용왕의 경외감에 지나가는 고등어가 백전불패요, 갈치왕자올시다.

비록 금년 어획량이 많이 줄었지만 풀치는 3만원 이내, 목포 먹걸치는 10만원 이내면 그래도 좋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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