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스포츠한국] 씨름에서 형장 나으리를 이긴 주인공은 무계획하고 저돌적이며, 방자한 힘 하나를 이긴 것이 그렇게 장한 일인 것 같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방자한 하나의 저돌적인 힘의 도전이란 어떤 잡념 같은 것이며, 그것은 뽑아내버려야할 것이란 생각만 들었다. ( 337쪽)씨름이 끝나자 촛불중은 주인공을 한 방으로 인도했다. 주인공의 비취 목걸이를 탐냈던 여인은 주인공에게 어리광을 피우며 그의 팔에 기대어왔다. 촛불중이 그녀를 주인공이 유숙할 방으로 들여보낸 듯 했다.주인공에게는 예의 그 비취 목걸이가 이제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촛불중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형장에서 난데없이 형장 나으리와의 씨름 한 판의 경합을 벌이는 처지가 되었다.그는 촛불중과 자신이 한 가지에서 갈라져 나온 거대한 사라쌍수(히말라야와 남아시아에서 자라는 나무로, 석가모니가 열반할 때 그의 사방에 한 쌍씩 서 있었던 나무)라는 것을 죽은 수도녀와의 관계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촛불중과 주인공은 색욕이 과한 두 중놈들로, 한 개의 무덤에다 치열하게 자신들의 생체에너지를 불어넣었었다. 두 사람 다 주검과 탈육(脫肉)의 경계를 완전히 뛰어넘지는 못했고, 나비에의
[데일리스포츠한국] 씨름 첫판에서 형장 나으리는 주인공이 “어지러워 도저히 일어설 수 없을 만큼 빙빙” 잡아돌리다가 종내 그를 잡았던 손을 탁 풀었다. 그러자 주인공에게 비행감이 들었다. 그는 오래잖아 어디엔가 팩 부득 쓰러졌는데, 그의 무릎으로부터 시작해 앞가슴이 깨뜨려지는 듯이 아팠다. ( 330쪽)결국, 씨름의 일회전은 주인공이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어이 없이 끝난 것이다. 주인공은 자신이 처량했지만, 다시 심호흡을 한 후, 심기일전해 결가부좌를 꾸몄다.그는 형장 나으리의 ‘힘이 발현하는 과정’을
[데일리스포츠한국] 촛불중은 “나으리입지, 그런 시합을 하더라도 말입지, 서로 조건이 비슷해야 공정할 터인데입지, 대사로 말하면 먼 길을 걸어오셨고 말입지 또”라고 하며 형장 나으리와 주인공의 씨름 시합을 만류하고 나섰다. (형장에 있던 같이 계집들은 두 사람이 벌이는 씨름 시합을 위해 각자 할 수 있는 일들을 제안했다.한 여인은 “나는 요랬으면 싶응만이라우, 시님 봉개 데럽운디라우, 나으리가 지먼, 내가 조 시님 몸을 잘 씻거드리고라우, 이기면, 글씨 라우이”라고 말했다.또 한 여인은 “나라우이
[데일리스포츠한국] 촛불중은 주인공을 대동하고 형장 입구로 들어서서 문에다 줄을 잡아당기며 안에다 기별을 보냈다. 잠시 후에 안에서, “지언장마즐, 고것 누구란댜? 아닌 밤쭝에 홍두깨란다더니 말여, 고곳이 씨바자는 문자뿐이는 아녔던개벼.”하는 게걸스러운 소리가 그들에게 넘어 왔다. 촛불중이 인기척을 내어 자신의 도착을 알리자, 그제서야 빗장이 뽑히기 시작하고 있었다. ( 316쪽)순찰도 하며, 파수도 보고, 문지기를 하는듯한 한 사내가 “헤헤헤, 요 아닌 밤쭝으 홍두깨가, 배믄시런 홍두깨가 아니구만이? 그렇잖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형장으로 가기 위해 촛불중이 이끄는 대로 따랐더니, 어느 새 그들은 숲의 가운데로 난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주인공은 문득 나무들이 잠의 언저리에서 쑤군대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 때 연전의 낙엽이 썩고 있는 냄새, 송진 냄새, 천년 묵은 고적의 냄새, 야음의 냄새가 일시에 그의 콧구멍 속으로 몰려들었다. ( 314쪽)그는 그 가운데로 그의 죽음으로의 귀향길이 놓여 있을 것이란 것을 상상도 못했었다. 그는 속으로 ”그래, 죽음은 저 쌓인 정적, 저 음침한 대기, 저 음습한 어두움, 그
[데일리스포츠한국] 세상 만물은 단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관계가 있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인과적인 원리로 결합되어 있어 상호 의존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상호의존성’이라고 부른다.이처럼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현상들(法, dharma)이 서로 관계하여 일어난 것(緣已生法, patccasamuppannāharmā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부처의 근본적인 가르침이다. 후에 이 가르침은 불교의 핵심 개념으로 정립되었고, 이것이 바로 연기(緣起, patccasamuppāda: 의
[데일리스포츠한국]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에 기록된 힌두교의 교리에 의하면, “생명이 있는 것은 여섯 가지의 세상에 번갈이 태어나고 죽어 간다”고 한다. 이를 ‘육도윤회(六道輪回)’라고 부른다.이 육도는 가장 고통이 심한 ‘지옥도’, 지옥보다는 육체적인 고통을 덜 받으나 굶주림의 고통을 심하게 받는 ‘아귀도’, 네 발 달린 짐승을 비롯한 모든 짐승의 삶이 있는 ‘축생도’, 노여움이 가득찬 세상으로, 남의 잘못을 철저히 따지고 들추며 규탄하는 ‘아수라도’, 인간이 사는 ‘인도(人道)’, 마지막으로 행복이 고루 갖추어진 ‘천도’로 구성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촛불중의 수심가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공(空)이 만약에, ‘생멸거래에 변함이 없는 자리며, 선악업보가 끊어진 자리’라면, 어디에 검은 구름 휘몰아와 덮일 것인가? 허지만 사미여, 어찌하여 마음이 체(體)이겠는가? 마음이 체라면 존자여, 그 마음에 끼이는 먼지며 티끌을 털고 닦아내는, 그 함[위(爲)]의 용(用)은 어디서 빌어오는 것인가? 만약에 마음이 체가 아니라면, 번뇌나 수심이 어찌하여 먼지나 검은 구름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화두’로 삼아 그 자신에게 집요하게 되물었다. (
[데일리스포츠한국] 촛불중은 사형장으로 향하는 길을 인도하기 위해 주인공에게 지팡이를 잡혀주며,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이 길은 싫고도 먼 길이군 입지”라고 말했다.유리를 떠나기 전에 주인공은 그에게 이승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될 상식(常食)을 “배불리 먹고 배불리 마셔두었”다. 그랬더니, 마음이 얼마를 시달리든 그것과는 상관없이, 육신만은, 노근하고 느긋한 맛을 거의 즐기고나 있는 둣했다. 그리하여 그는 이 밤은, 평안하고, 깊은 잠에 들 수 있게 되기를, 그리고 그 육신은 바랐다. ( 311쪽)나는 이
[데일리스포츠한국] 오후에 주인공의 토굴을 찾았던 내방객들은 표표히 떠나 버렸다. 장로의 손녀딸은 그의 두 손을 자기의 두 손으로 꼭 잡고 한없이 있을 듯하더니, 그에게 그녀의 엄니가 유산으로 남겨주신 예의 저 비취 목걸이를 걸어주고, 아무 말 없이 그냥 떠나버렸다. ( 310쪽)그녀의 손으로 전해오던, 저 말 없는 떨림이, 천 마디의 말로보다도, 그녀의 이별의 슬픔을, 두려움을, 안타까움을 그에게 더 잘 전해주었다. 주인공이 그러했듯이, 인간은 누구나 살면서 결국 한 번은 회자정리(會者定離)를 만나게 되는
[데일리스포츠한국] 프레이저(James G. Frazer: 1854-1941)경은 에서는 적의 피를 마시거나 그것을 제 몸에 바르는 습관에 대해 기술되어 있다.이러한 행위는 “피 속에 영혼이 살고 있다는 믿음”에 기인한 것으로, 적의 피를 마시고 제 몸에 바르면 상대방의 신성한 능력이 자신에게 전이된다는 주술적인 믿음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주인공은 그녀와의 교접의 행위가 수미산에 등반하듯, 줄기차게 고조되어 가는 도중, 정상에 다 오를 즈음에, 마치 드라큐라(Dracula)가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이 수업의 마지막으로써, 최초에 행했던 정상위로 다시 돌아왔을 때, 장로의 손녀딸은 그에게, “당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사내일 거예요”라고 속삭였다.( 307쪽)그는 그녀와의 ‘명상’을 통해 우주와의 교합을 꾀하며 이십 팔회를 거쳐, “여든 네가지의 체위를 시험”했다. 그는 자신과 그녀가 분명히 ‘훌륭한 예술가’임을 확인했다. 그들에게 정상위는, 그 시작이며, 또 모든 체위의 저변에 놓이는 것이며, 그 끝이어서, 그와 그녀는 최후의 작열을 아껴 두었다. (308쪽)그 때 그는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의 암놈(장로의 손녀딸)이 데리고 왔던 계집아이(목사의 환속한 딸내미)가, 도시락을 만들어 촛불중과 말에 풀을 먹이러 간 뒤부터 그들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았음에도 그의 암컷은, 소금에 절어든 듯이 자꾸 자고, 그는 소모되어가는 기를 모으기에 이를 부득부득 갈아야 했다.( 306쪽)그의 몸에선 뼛속에 한기가 돌며, 시리고 아프며, 우두둑 소리를 내는가 하면. 허리가 시지근이 무너지고 현기증이 일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들의 국부는 열에 뜨고, 치골은 부어, 거웃(사람의 생식기에 난 털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우주를 이해해보기 위한 수단이자 명상으로써 장로의 손녀딸과의 합일을 이루고자 했다.그는 남녀의 교합으로부터 진정한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육체적인 ‘연금술’을 통해 흑. 백. 적의 세 단계를 거친 스물일곱 번의 전이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한 번의 잠입을 위해, 진심전력으로 명상하여야 하며, 한 번의 사정을 하나의 죽음으로 치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305쪽)그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자세에서 다음 자세로 바꿔나가는 것을, 한 번의 가사(假死), 한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은 “오관의 총화 안에서, 특수한 감각 기관과 그것의 대상과의 접촉에서 오는 즐거움을 자각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라고 정의했다. ( 303쪽)나아가 그는 “여자란 그리고 다만 성교를 위해서 남자를 사랑하는 것”이라고까지 생각했다. 그럼에도 그는 그 행위가 “환락만의 추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에게는 성교란 하나의, 명상법으로도 던져진 것이며, 우주를 이해해보기 위한 수단으로 놓여진 것이다.그렇게 되면, 그에게 이 음통(淫通)은 더 이상 음통이
[데일리스포츠한국] 장로의 손녀딸은 주인공에게 “이젠 당신 때문에 울진 않겠어요. 당신은 그렇게 초연한 곳에 계시며, 그늘 없이 맑은 눈으로 절 보시고 계시잖으세요? 소갈머리 없는 계집의 눈물로 여보, 어젯밤 당신 맘 좀 상하셨죠? 허지만 용서하셔요 네?”라고 말했다. ( 301쪽)그 때 그는 그저 그녀에게 미소만 지어 보이며, 그녀의 눈을 찾아 눈자위를 더듬어보았다. 그랬더니 그녀는 그에게, “당신은 아름다워요”라고 속삭였고, 연이어 “당신은 이상스럽게 향기로워요. 정말 난 당신의 애를 가졌으면 하고 자꾸만
[데일리스포츠한국] 유리로 들어선 지 32일 째가 되던 날 주인공은 장로의 손녀딸로부터 그녀의 꿈에 관해 들었는데, 그 때 그는 신과 인간이 대좌하여 말을 주고받는 장소가 꿈속이라는 사실을 상기했다. ( 301쪽)고대의 그리스인들은 꿈을 신이 내리는 예언과 치유를 위한 하나의 방식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은 꿈을 위한 신탁소로 300개가 넘는 성소를 마련했고, 환자를 치유하기 위해서 '사원수면(Enkoinmesis, Incubation)'을 개발하여 성스러운 장소에 환자가 머물도록 독려했다.환자는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이 유리로 들어선 지 32일 째에 장로의 손녀딸은, “여보 스님, 밤에 난 꿈을 꾸었더랍니다”라며 그에게 간밤에 꾼 꿈에 대해 서두를 꺼냈다. 300쪽)“그것은 너무도 아름다운 광경이어서, 눈으로 볼 것이지 말로 해버려서는 안 될 것이에요. 글쎄 말로 해버리면 말예요, 당신이 아주 작고 예쁜 배에 타고 말예요, 하늘을 헤쳐나가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 배를 말예요, 한 마리의 갈매기 같은 독수리가, 일곱 색깔쯤으로나 보이는 끈을 목에 매고 날아가며, 끌고 가더라는, 그냥 이런 이야기나
[데일리스포츠한국] 주인공과 장로의 손녀딸, 촛불중과 목사의 환속한 딸내미까지 합쳐 네 명이 저녁밥상 앞에 둘러앉았다. 주인공에게는 어쩌면 이 저녁이 ‘최후의 만찬’이 되리라. 그가 먹을 때에 그의 ‘자상한 계집’이 시중을 들어주었다. 목사의 딸내미는 ‘물 만난 고기 마냥’ 쉴 새 없이 종알거리고 있었으나, 정작 주인공과 그녀, 촛불중은 말 한 마디도 나누지 못한 채 침묵하고 있었다.촛불중이 식사를 마치고 부스럭 거리며 일어서려고 하자, 주인공은 이 때다 싶어 손을 휘저어 주의를 그에게 기울이게 했다. 촛불중이 재빨리 그의 뜻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