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이고 태평양의 서쪽 끝자락에 자리잡은 우리나라는 해양세력 대 대륙세력, 유교문화권 대 기독교문화권, 자본주의세력 대 공산주의세력의 대척지대가 되었다. 그래서 늘 주변 열강으로부터 침략과 분단의 위협을 받아야 했다.중국은 한반도가 자국의 ‘뒤통수를 내리치는 망치로’, 일본은 ‘자신들의 심장을 겨누는 비수로’, 미국은 ‘동북아의 전진기지로’, 러시아는 ‘자국의 팽창에 분리될 수 없는 행동반경으로’ 각각 인식하면서 결코 영향력은 내려놓으려 하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최근
어느 시대나 권력투쟁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알베르 카뮈는 “자신 속에 위대함을 지닌 사람은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했는지도 모른다.중국 전국시대의 영웅 조조의 가문에서도 권력투쟁은 어김없이 일어났다. ‘난세의 간웅’이라는 멸칭을 듣던 조조의 후계자를 두고 뒷날 위문제(魏文帝)가 된 아들 조비(曹丕)와 둘째아들 조식(曺植) 사이에 피의 권력쟁탈전이 벌어졌다.이들의 왕위 승계를 둘러싼 권력투쟁이 일반의 경우와 다른 것은 이들 삼부자가 이른바 ‘삼조(三曹)’로 불릴만큼 모두 뛰어난 문인이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조비가 가장 탁월했
다산 정약용 선생이 쓴 500여 권의 저술 중에는 책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흠흠신서(欽欽新書)’가 있다. ‘흠(欽)’이란 글자는 ‘공경할 흠’ 자이다. 이 책은 ‘목민심서’, ‘경세유표’와 함께 일표이서(一表二書)로 알려지고 다산의 학문의 핵심 중의 하나로 꼽힌다.다산은 책의 서문에서 “흠흠이라 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삼가고 또 삼가는 것(흠흠)은 본디 형벌을 다스리는 자의 기본이다”고 밝히고 있다. 200년 전인 1822년 다산은 전라도 강진 유배지에서 이 책을 지었다. 백성의 형벌을 다스리는 공직자들은 ‘삼가고 삼가’는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치는 오늘(11월 17일)은 제83회 순국선열의 날이고,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일제에 강탈당한 을사늑약이 맺어진 117년이다. 또한 한말 전재산을 털어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우당 이회영선생의 순국 90주년이다.순국선열의 날은 1939년 11월 2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 제31차 회의에서 법정기념일로 제정하여 8.15 광복으로 환국할 때까지 해마다 거행되었다. 참고로 임시정부는 3월 1일을 독립선언일, 4월 11일을 헌법공포일, 10월 3일을 건국기원일로 하는 3개 국경일로 기념해오다 순국선열의 날을 추가하여
〈삼가 이태원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들의 조속한 쾌유를 바랍니다.〉계절의 순환은 어김이 없어 국화꽃 향내 짙은 가을이 저물고 있다. 우리 선대들은 매화ㆍ난초ㆍ국화ㆍ대나무를 일러 사군자(四君子)라 불렀다. 이른 봄의 추위를 무릅쓰고 가장 먼저 피는 매화, 깊은 산중에서 은은한 향기를 멀리까지 퍼뜨리는 난초, 가을에 늦더위와 추위를 이겨내고 피는 국화, 모든 식물의 잎이 떨어진 추운 겨울에도 푸른 잎을 계속 유지하는 대나무, 이들 네 가지 식물 특유의 장점을 군자, 즉 덕과 멋과 지절ㆍ학식을 두루 갖춘 사람의 인품에 비유하여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지켜보거나 겪은 연치라서 그런지, 어지간한 일에는 담담하게 넘기는 편이다. 한데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조선은 안에서 썩어문드러져 망했다.”는 기사를 보면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여당 대표이면서 국회부의장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그것도 부의장의 신분으로 이같은 발언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충격이 컸다.그는 페이스북에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9월 30일 한ㆍ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독도 근해에서 대잠수함 훈련을 실시했다. ‘욱일기’를 나부끼며 일본 해상자위대가 한-일현안 해결없이 동해에서 훈련에 참가한 것이다. 일본 신문은 군사훈련이 확대될 것이라고 보도한다. 일본 정부는 8월에도 우리의 독도해양수색활동을 시비하며 독도가 자국영토라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비록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조치라 해도 일본 자위대의 독도근해 훈련은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렵다. 이참에 일본이 독도를 넘보는 이유를 다시 짚어본다.일본은 러일전쟁을 앞둔 1905년 2월 22일 독도를 강점하여
오는 10월 9일의 한글날은 근래 없이 우울한 기념일이 될 것 같다. 최근 부산시교육청과 부산시가 ‘글로벌 영어상용도시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활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윤수 교육감과 박형준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기간 중 이를 공약으로 제시했던 것이라 한다.박 시장은 8월 18일 기자회견에서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를 계기로 부산을 글로벌 허브도시로 만들기 위한 요건 중의 하나로 영어사용에 불편함이 없는 환경과 편리한 외국인 정주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영어상용도시’ 건설을 역설했다.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반발이
인간사는 ‘만남’으로 시작됩니다. 언제 누구와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인간의 운명이 갈라지기도 하지요. 사람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부모님과의 만남으로 비롯되고 여기서 가정이 이루어집니다.학교에 가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사회에 나와서는 직장동료ㆍ선후배들과 만납니다. 연인과 사귀고 배필을 만나면 결혼을 하지요.사람이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첫 번째의 만남이 운명적이라면 벗이나 연인ㆍ스승 등은 자의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운명적인 만남과 자의적인 만남이 모두 소중하지만, 인간사의 갈림길은 자의적인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역사를 기억하지 못한 자,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다.” 폴란드 아우슈비치 현관에 걸린 조지 산타야나의 경구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의 한 가닥은 99년 전인 1923년 9월 1일 일본 간토지방에 일어난 대지진 당시 일본(관헌)이 재일동포 6661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내년이면 100주년이다.간토지방에 일어난 대지진은 순식간에 시지오카, 야마나시로 파급되었다. 도시는 삽시간에 불바다가 되고 해안에는 해일이 몰아쳐 수많은 건물이 쓰러지고 수많은 사람이 부상했으며 엄청난 재산상의 피해를 보았다. 전신ㆍ전화ㆍ철도를 비롯하여 전
우리는 식민지였던 나라가 식민지지배를 한 나라를 넘어선 세 번째 국가가 되었다. 19세기 미국이 영국을, 20세기 말 아일랜드가 영국을, 그리고 21세기 2021년에 한국이 일본을 넘어섰다.한국은 미국ㆍ프랑스ㆍ영국ㆍ독일ㆍ이탈리아ㆍ일본과 함께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이른바 ‘3050클럽’에 당당하게 진입했으며, 한국의 민주주의는 앞의 선진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스웨덴 민주주의의 다양성 연구소)해외 원조로 지탱하던 최저빈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바라기
계절은 바야흐로 옥수수의 철이다. 적당히 익은 옥수수를 베어먹는 맛이란 삼복 중의 별미에 속한다. 옥수수는 우리 토산품으로 전국 어느 곳에서나 잘 자란다. 척박한 땅도 비옥한 땅도 가리지 않는다.그래선지 우리 문인들은 옥수수를 무척 아끼고 관찰했다.“옥수수밭은 일대 관병식(觀兵式)입니다. 바람이 불면 갑주(甲胄) 부딪히는 소리가 우수수 납니다.”―이 상 ‘산촌여정’“아이는 옥수수를 좋아했다. 옥수수를 줄줄이 다음다음 알알이 뜯어먹는 맛이 참 재미도 있다. 알이 배고 줄이 곧은 자루면 엄지손가락 켠의 손바닥으로 될수록 여러 알을 한꺼
우리나라는 이른바 ‘87년체제’를 골격으로 운영된다. 1987년 6월항쟁으로 군부독재세력과 민주화세력의 타협으로 1987년 제9차 개헌인 현행헌법이 마련되었다. 이로부터 35년이 지났다. 그동안 정치적으로는 8명의 직선대통령, 네 차례의 여야정권교체가 이뤄지고, 경제적으로는 개발도상국가에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과도기적으로 마련된 헌법을 개정해야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변화된 국가적 위상에 걸맞지 않은 조항도 적지 않다. 우선 헌법 전문의 ‘3.1운동’을 ‘3.1혁명’으로 바로잡고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항쟁, 촛불정신을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 중에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바꾸거나 쓰지 말아야 할 말이 적지 않다. 애초부터 일제가 의도적으로 만들거나 독재정권의 하수인들이 쓴 용어들이다.속담도 마찬가지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은 변칙을 정당화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는 가까워야 할 친척을 갈라치기하는 속언이다.가끔 TV나 신문에 보면 사회명사나 고위공직자들이 “나 며칠 후에 일본(또는 기타 외국)에 들어간다”고 한다. 특히 TV 연속극에서 자주 쓰인다. 한국인이 외국을 가면서 ‘들어간다’는 표현은 어의에도 맞지 않거니와
독립운동과 해방정국에서 백범 김구선생의 족적을 지우면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는다. 그의 존재로 인해 우리는 독립운동사에서 자존을 찾고 분단사에서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어느 정도 현실에 타협하면서 사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아들의 편지를 받고 다음과 같이 썼다. “천하에는 두 가지 큰 기준이 있는데, 옳고 그름의 기준이 그 하나요, 다른 하나는 이롭고 해로움에 관한 기준이다. 이 두 가지에서 네 단계의 큰 평등이 나온다. 옳음을 고수하고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높은 단계이고, 둘째는 옳음을 고수하고도 해를 입는
동학농민혁명과 3.1혁명ㆍ4.19혁명ㆍ부마항쟁ㆍ광주민주화운동이 그렇듯이 6월항쟁도 역시 주역은 이름없는 민중이었다. 지도층은 외세에 굴종하거나 기득권력에 빌붙어 사회개혁을 거부하거나 외면했다.그해 6월 민주항쟁의 과정에서 민중은 스스로 노래를 짓고 함께 부르면서 반독재 저항에 나섰다. 작사ㆍ작곡자가 있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는 것도 많다. 그때 어떤 노래가 불려졌는지 알아보자. -투사의 유언-한평생 후회없이 싸우다 간다못다한 일들은 가슴에 품고나 다시 태어나면 무엇을 하랴또 다시 투사가 되어 투사가 되어한 평생 후회없이 싸우다 가리내
35년 전인 1987년 6월 10일 오전 10시경, 서울에서는 전혀 상치되는 두 개의 큰 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었다. 잠실체육관에서는 민정당 제4차 전당대회 및 대통령후보 지명대회가 열려 전두환 대통령이 육사동기인 노태우의 손을 높이 들어주었다. 민정당 대통령후보에 선출된 노태우는 울먹이면서 전두환의 ‘배려’에 감격해했다.같은 시각, 서울중구 태평로 대한성공회에서는 야권의 연합기구인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의 ‘박종철군 고문살인 은폐조작 및 호헌철폐규탄 국민대회’가 열렸다. 한쪽에서는 축하와 감격의 꽃다발이 오가고, 다른 쪽에서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일상에 쫓겨 바쁘게 살다가도 가끔은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을 생각하게 된다. 공식적인 행사장에서 빠짐없이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의 시간이 지켜진다. 짧은 시간이지만 엄숙한 마음으로 가신 이들을 기리게 된다. 여기서는 몇 분 선열들의 유훈을 찾아 그 뜻을 되새겨 보고자 한다. 선열들의 한마디는 중천금과 같은 내용이라 하겠다.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정도냐 사도냐가 생명이라는 것을 명기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도라면 그 길을 택하는 것이오, 진실로 이것이 인도인 것이니, 여기에
한말 의병장 이강년선생을 필두로 수많은 의병, 기미년 3ㆍ1혁명기에 유관순열사를 비롯한 수많은 독립운동가, 해방 후 조봉암선생 등 수많은 민족ㆍ민주인사들의 생명을 빼앗거나 옥고를 치른 서대문구 현저동 101번지, 민족의 수난과 겨레의 양심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김재규장군은 1980년 5월 24일 오전 7시, “나는 국민을 위해 할 일을 하고 갑니다. 나의 부하들은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아직 청청한 나이의 쉰 네 살, 10ㆍ26거사를 통해 유신독재자를 제거한 지 6개월 28일만입니다
대통령 취임식과 국회의 장관후보자 청문회, 각 정당의 지자체 후보 선정 등 주요 정치 행사가 겹치면서 놓친 일이 있었다. 지난 5월 11일은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이었다.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우여곡절 끝에 2018년 11월 법정기념일로 정해졌다. 그리고 네 번째 맞는 기념일이었다.5월 11일은 128년 전 전봉준ㆍ김개남 등 동학농민군이 반봉건ㆍ반외세의 기치를 들고 정읍시 황토현에서 부패 무능한 관군을 상대로 첫 대승을 이룬 날이다. 이날의 정신은 이후 우리 근현대사에서 저항과 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