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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가을이 온다, 수 꽃게를 예찬함

진짜 가을이 온다, 수 꽃게를 예찬함

  • 기자명 강상태
  • 입력 2024.09.18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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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도국 위도에서 만나는 가을 수 꽃게

꽃게다운 꽃게를 먹어보자. 가을 꽃게란 도대체 무엇일까? 가을 수게는 가을 맛을 연다. 뼈를 발라낼 필요가 없고, 살이 가득 밴 수게는 맛도 진하여 여타 음식과 같이 먹으면 꽃게 특유의 진한 맛을 느낄 수 없다. 그러므로 꽃게를 먹을 때 꼭찬 꽃게 맛을 따라가지 못하면 신경질 나고 짜증만 난다. 이때 속이 없는 꽃게(이른바 꽝 꽃게)가 나오면 스트레스가 된다. 꽝 없는 꽃게라면 가을을 기분 좋게 맞이할 수 있다. 요즘은 좀처럼 꽝이 없다. 꽃게를 기분 좋게 소개할 수 있으니, 꽃게가 꽃처럼 예쁘다.

위도 어민들의 가을 수 꽃게 작업 현장 (사진 = 강상태 Fish 큐레이터 제공)
위도 어민들의 가을 수 꽃게 작업 현장 (사진 = 강상태 Fish 큐레이터 제공)

꽃게는 떼를 지어 산란할 때 꽃 춤을 춘다. 산란기에 이르면 짝을 이루기 위해서다. 가을 수게가 활개를 치는 이유는 짝짓기 위해 힘을 비축하는 시기다. , 이 시기를 보고 꽃게를 꽃게라 하는 설이다. 하지만 꽃게 어원을 찾아보니 따로 있다. 조선 시대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 꽃게의 어원을 말하고 있다. “유모라는 것은 바다에 사는 커다란 게인데, 색은 붉고 껍데기에 각이 진 가시가 있다. 세속에서 부르는 이름은 곶해(串蟹), 그러니까 곶게인데...” 는 호미곶 등 육지에서 튀어나온 곳을 곶이라 하기도 하고, 요즘 많이 생긴 중국식 꼬치구이 양로우촨(羊肉串,  yang rou chuàn)의 촨(串)자로 표기되기도 한다. 즉, 중국어에서는 꿰다, 꼬치라는 의미로 주로 촨(chuàn)이라고 읽는다. 일본어에서는 훈독으로 쿠시(くし)라고 읽으며 꼬치, 꼬챙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한국어에서는 육지의 일부분이 하천이나 바다로 쑥 튀어나온 지형이라는 의미로 이라고 읽는다. 따라서 양쪽 끝에 곶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와서 곶해가 꽃게로 변한 것이란다. 그런 곶해(꽃게)가 부안 위도 칠산 바다에서 많이 잡힌다.

꽃게는 탈피를 할 때 공격을 받으면 크나 작으나 즉사한다. 항시 경계하고 떨어져서 살려고 발버둥 친다. 특히 암수가 섞여 있으면 안 되므로 따로 산다. 딱 한번 산란철에 만나서 군무를 이룬다. 칠월칠석이 까마귀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꽃게에게도 딱 한 번, 암수가 서로 만나는 10월의 마지막 밤에 운우지락의 희열을 간직한 채 헤어진다. 사랑을 하고 또 아쉽게 암수는 헤어져 살아서 만나길 기원하며 또 다음 10월을 기다린다.

다시 꽃게 주기를 살피면, 10월의 마지막 밤을 보낸 후, 암꽃게는 새 생명을 지고 12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제주도 서남방의 먼 바다에서 월동을 한다. 수게는 연평도 근해 서해 등에서 월동한 후 서남해안 연안으로 이동하여 성장한다. 이렇듯 꽃게의 일생은 잔인하게도 왜 가을 수게가 맛있고, 암꽃게가 봄에 맛있는지 답이 나온다. 지금이 딱 수 꽃게가 제철인 이유가 환히 보인다. 그래서 9월 수 꽃게가 제철인 까닭이다. 10월엔 암수 꽃게가 함께 잡히는 시기다. 사랑을 나누다 잡혔으니 어쨌든 뭐 원은 실컷 푼 꽃게라 그래도 뭐 쩝쩝!

암꽃게는 11월쯤 알을 품고 초겨울 생명을 더 넓게 퍼뜨리기 위해 더 먼 바다로 떠난다. 겨울잠을 자고 이듬해 날이 풀리면 다시 산란지를 찾아 수많은 알들을 퍼뜨리기 위해 다시 우리 곁을 찾는다. 수게는 숱한 탈피에 성장 통을 겪으며 암꽃게에게 생명의 기를 불어주기 위한 일생의 여정을 반복한다. 단 한 번의 춤을 추기 위해 근해에서 5~6회 탈피를 진행한다. 서로 죽고 죽이는 과정을 거쳐야만 춤을 출 기회가 생긴다. 이렇게 수 꽃게는 생명의 기를 만들기 위한 9월이 가장 왕성한 에너지를 집약시키는 시기다.

이상에서처럼 꽃게는 연중 두 번 제철을 맞이한다. 암꽃게는 봄이 제철이므로 먼 남해와 서해에서 잡힌다. 그래서 주산지는 진도 서망항이다. 그리고 서서히 서해 북쪽으로 이동하며 잡힌다.

수 꽃게는 근해에서 머물며 진지를 구축한다. 꽃게 춤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 근거리에서 단련을 한다. 그 힘이 최고점에 이룬 10월이 되기 전 9월이 수 꽃게 철이 된다. 따라서 서해 연근해에 파시를 이룬 칠산 바다에서 연평도까지 서해안 어떤 포구라도 두루두루 수 꽃게 맛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꽃게는 싼 게 비지떡이다. 다른 음식도 마찬가지겠지만 꽃게는 특히 그렇다. 대량화는 언제나 선별에서 성공할 수 없다. 조금 비싸더라도 만족도가 높다. 부안 위도에서는 동네가 나서서 꽃게를 잡으니, 물건의 질이 뚜렷하게 좋다.

위도 꽃게는 가내 통발, 자망 배를 활용하여 잡는다. 율도국 위도에도 꽃게가 실하게 잡히고 있다. 가을 수게가 많이 잡힌다. 생선 장수들에게는 이 때가 가장 모호한 시기에 해당한다. 꽃게 살이 가장 어중간해서 욕을 달고 살기 때문이다. 꾀를 냈다. 큰 배에서 대량으로 취급하는 꽃게는 가급적 피하자. 대량으로 팔려 나가기 때문에 가격은 싸지만, 리콜을 받을 확률이 높아서 종일 시달린다. 그리하여 부안 위도로 옮겨가 살펴보게 되었다. 큰 배가 아니라 작은 배에서 가내 수공업 형태로 하는 어부들이 신뢰를 준다. 작년부터 위도 꽃게를 소개하게 된 이유다. 그래서 하루에 2~3천 상자씩 내는 신진도 같은 대량화 하는 곳을 가급적 피하고, 가내 수공업으로 선별을 섬세하게 할 수 있는 위도를 택한 이유이다.

부안 위도에서 작은 꽃게는 꽃 게장을 담그기 위해 별도로 하고, 1kg3마리가 대게로 분류된다. 중게는 5마리 정도가 담긴다. 가격은 5kg8~10만원 사이다.

                                                                                                  강상태
                                                                                                  강상태

강상태 (Fish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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