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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 빵집의 공공성

대전역 빵집의 공공성

  • 기자명 손혁기 SR 홍보부장
  • 입력 2024.06.2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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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이유와 매장 운영의 목적

볼거리, 놀 거리, 쉴 거리, 살 거리, 그리고 먹거리. 여행은 이 중 하나의 이유로 떠난다. 이 가운데 경쟁력 있는 3가지 이상을 갖고 있다면 여행이 지역경제를 살린다. 여행의 목적도 대부분 이 중 하나에 맞춰진다. 한가지라도 특별하다면 이를 밑천으로 다른 콘텐츠를 키워간다. 순천, 용인, 단양 등 지난해 주요 관광지 입장객 순위 Top 10에 든 곳들이 그렇다.

반면 여행 분야에서 대전은 재미없는 도시라는 악명이 높다. 필자의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네이버에서 노잼도시를 치면 연관검색어가 ‘대전’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하는 ‘국민여행조사’를 보면 광역시도 가운데 최하위가 아닌데도 대전은 이런 오명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그런 대전도 다른 도시가 따라올 수 없을 만큼 특별한 여행의 이유가 있다. 바로 성심당 ‘빵’이다. 

한때 동네마다 있던 ‘뉴욕제과’, ‘독일제과’들의 자리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바뀌는 상황에서도 지역에서 맹주로 손꼽히는 빵집들이 있다. 군산 ‘이성당’, 대전 ‘성심당’. 광주 ‘궁전제과’, 안동 ‘맘모스제과’ 등. 빵을 좋아하는 이들은 아예 이곳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그중 대전 ‘성심당’은 특히 유별나다. 다른 곳이 지역을 대표하는 빵집이라면 성심당은 대전 그 자체다. 

2022년 성심당의 위상을 볼 수 있는 이슈가 있었다. 그해 10월 성심당 지점 모두 하루 문을 닫았는데, 온라인 커뮤니티에 ‘그날은 대전에 가지 말라’는 글이 퍼졌다. 누리꾼들은 “그날은 열차가 대전을 정차하지 말고 통과해야 한다”, “이런 정보는 재난 경보로 알려줘라”라는 등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 앞서 2014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아침 식사에 성심당 빵이 올랐고, 대전을 대표하는 브랜드 조사에서 1등이 성심당이었다. 연고지가 대전인 야구단 한화이글스는 성심당의 1/5에 그쳤다. 

요즘 성심당 대전역 지점이 한창 논란이다. 대전역 성심당은 2012년 철도운영사가 지역대표상품 입점 사업으로 유치했다. 처음에는 고정 임대료였다가 자회사인 철도역사 매장 운영사로 관리 주체가 바뀌고 임대료 산정방식도 바꿔서 최근에는 영업료 방식으로 매출액의 5% 정도, 금액으로는 월 1억 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올해 계약이 만료되면서 해당 공간에 대해 다른 매장과 마찬가지로 규정에 따라 매출액의 17~49%를 임대료로 받겠다고 공고했다. 17% 최저 비율로 계산해도 월 4억 원 정도다. 이전보다 4배까지 오른 임대료에 성심당은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임대매장 공고는 유찰에 유찰을 거듭해 최근에는 3억 원까지 떨어졌지만,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철도역사 매장 운영사가 이런 방침을 내세운 것은 외부의 영향이 컸다. 2021년 감사원은 감사결과 대전역 성심당 지점과 관련하여 ‘영업료 방식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강구하라’라고 통보했다. 영업료 방식이 수익도 더 많이 낼 수 있으며, 다른 매장들과 형평성에도 맞는다는 이유였다. 202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임대료 적용에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성심당 논란이 이어지자 해당 의원은 지난달에도 페이스북에 “공공기관은 원칙을 가지고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형평성, 공정성은 공공기관 운영에서 기본이자 지켜야 할 가치이다.

그런데 다시 대전역으로 돌아가 보자. 대전역 성심당은 2층에 있다. 명칭상 2층이지 대전역 입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맞이방에서 내리는데 그곳이 3층이다. 성심당 자리는 애써 찾지 않으면 갈 일이 없는 사각지대다. 고객 대기 공간으로 사용하다가 푸드코트가 들어섰으나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해 2015년 계약을 중도 해지했다. 이후 임대료 2억6000만 원을 제시했으나 응찰자가 없었다. 2억6000만 원은 월 임대료가 아니고 연 임대료였다. 그런데 대전역 공사로 3층 맞이방에 있던 성심당이 2016년 그곳으로 이전했고 빵을 사는 고객들이 매일 줄을 서고 있다. 장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유동인구가 많은 대전역이어서가 아니라 이용객이 성심당 빵을 사면서 살아난 공간이다. 

올해 대전역 3층 임대매장 운영 공고에서도 30㎡ 기준으로 먹거리 분야 월 임대료가 10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품목에 따라, 위치에 따라 수수료율이 다르기는 하지만 성심당이 300㎡를 이용하면서 내는 임대료 1억 원은 동일 면적당 수익 기여도 면에서 다른 매장에 비해 낮은 수준이 아니다. 민간기업이라면 집객 효과나 매출 효과를 따져 다른 매장에 비해 낮은 임대료를 적용하고 실내장식 등 각종 지원까지 하며 유명 브랜드를 유치한다. 공공기관도 매출액이 평균보다 많아질수록 임대료율을 낮춰주거나, 평균 매출액보다 높은 고정 임대료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임대수익 총액을 높이는 규정을 만들 수 있다. 건물주라면 같은 공간에서 월 1억 원의 고정 임대료를 내면서 20억의 매출을 올리는 매장과 1억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1700만 원의 임대료를 내는 매장이 있다면 어느 곳을 유치할지 자명하다.

하지만 공공기관 운영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목표는 공공의 이익이지만 우선은 최저 17%라는 규정이다. 지금 규정을 바꿨다가는 특혜를 줬다고 또 감사를 받거나 징계를 받기에 십상이다. 운영사 입장에서 성심당이 나가면 임대수익은 줄어들더라도 아무도 다치지 않지만, 규정을 바꿔 성심당이 남으면 수익이 나더라도 누군가 책임져야 할 수 있다. 다른 업체가 들어와 임대수익이 줄어든 데이터가 없으니 면책 증빙이 없다. 

그런데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철도 분야 주관부서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전역 성심당 임대료가 너무 비싼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코레일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이 물꼬를 텄으니 이제 길을 찾으면 된다. 성심당 빵이 맛있어서가 아니라, 성심당이 대전의 대표 브랜드이어서가 아니라, 성심당이 착한 기업이라는 평판도를 갖고 있어서도 아니다. 국민으로부터 위탁받은 국가의 자산을 운용하며 형평성과 공정성을 지키면서도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면 된다. 그 결과 대전역 이용객이 성심당 본점까지 가서 줄을 서지 않아도 빵을 먹을 수 있게 되면 좋고.    

손혁기(SR 홍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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