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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6~7년을 함께한 가족을 언제까지 ‘용병’ 취급해야 하는 걸까

[기자수첩] 6~7년을 함께한 가족을 언제까지 ‘용병’ 취급해야 하는 걸까

  • 기자명 한휘 기자
  • 입력 2024.07.2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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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쉬지 않고 내리던 7월 20일의 잠실벌. 우천으로 경기가 ‘노게임’ 선언된 가운데, LG 트윈스 선수단이 그라운드에 모였다. 이날 마지막 등판을 가진 케이시 켈리의 고별식을 위함이었다.

켈리가 누구인가. 2019년 한국 무대를 밟았고, 첫해부터 14승 12패 평균자책점 2.55라는 위력투로 단숨에 리그 최고의 투수로 떠오른 뒤, 올해까지 6시즌 동안 LG와 동행한 명실상부 쌍둥이 군단의 에이스였던 선수다.

지난 시즌 LG의 29년 만의 우승을 이끌었고, 경기 외적으로도 훌륭한 인성과 항상 팀을 먼저 생각하는 워크 에식, 좋은 팬서비스를 겸비해 LG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30대 중반의 나이가 되며 부침이 온 것인지 올 시즌 켈리는 19경기에 나와 5승 8패 평균자책점 4.51로 그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결국 LG는 2연패를 위해 구위가 좋은 새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노게임 선언 후 이어진 고별식. LG 구단은 팀의 ‘전설’로 남게 된 켈리를 위해 그에 걸맞는 행사로 켈리를 보냈다. 그라운드에 방수포 대신 켈리의 이름과 등번호가 새겨진 초대형 유니폼이 깔렸고, 양 팀 선수단이 켈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켈리를 위한 고별 영상과 켈리의 작별 인사가 지나가고, 기념 촬영과 선수단의 헹가래로 행사는 끝을 맺었다. 그렇게 켈리는 정든 잠실 마운드와 작별했다.

켈리가 LG를 떠나게 되며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제안이 있다. 장수 외국인 처우 문제다.

오랜 시간 타국에서 근속한 외국인 선수를 ‘특별 대우’ 해주는 일은 세계 곳곳 여러 스포츠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야구만 하더라도 일본프로야구(NPB)는 8년 동안 활약한 외국인 선수는 국내 선수와 동등한 신분으로 취급하고, FA 자격도 부여한다.

KBO 리그는 이런 규정이 없다. 한 팀에서 10년을 넘게 뛰어도 외국인 선수는 외국인 선수다. 팀당 3명으로 제한된 외국인 쿼터 안에 포함돼야 한다.

그렇기에 나이가 든 ‘베테랑’ 장수 외인에게는 여러모로 불리한 구조다. 외국인 투수에게 거는 기대치는 팀의 1~2선발 수준이다.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아 주는 3~4선발 정도 투구 내용으로는 경쟁을 버티기 어렵다. 켈리처럼 말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잠실 구단에 ‘선배 사례’가 있다. 두산에서 7년간 활약하며 전설적인 족적을 남긴 더스틴 니퍼트다.

니퍼트는 2017시즌 나이 탓에 하락세를 겪었고, 시즌 종료 후 두산은 니퍼트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하락세를 고려하더라도 충분히 선발진 한 축을 맡을 수 있는 선수였음에도 밀려난 것이다.

실제로 2018시즌 니퍼트는 kt 위즈에서 준수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그러나 kt 역시 확실한 에이스 영입을 위해 니퍼트를 포기했고, 니퍼트는 그 길로 은퇴했다.

니퍼트, 그리고 켈리. 두 선수는 모두 오랜 시간 팀을 위해 헌신하며 훌륭한 성적과 좋은 인성으로 호평받았고, 우승을 이끌며 ‘전설’이 됐다. 그러나 경쟁력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아쉬움 속에 팀을 떠나야 했다. ‘용병’이었기 때문이다.

니퍼트의 사례 당시 한국도 장기근속 외국인 선수를 위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잠시 나온 바 있었다. 그러나 형평성 문제와 절차 문제 등으로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켈리와 같이 다른 팀에서 같은 사례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더구나 이러한 선수가 제도의 한계에 부딪혀 너무 일찍 떠나는 것은 리그 차원에서도 손해다.

절차가 많다면 더 빨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오랜 시간 활약하며 온전히 ‘가족’이 된 선수를 언제까지고 ‘용병’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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