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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데려갈 땐 우리 아들, 사고 나면 당신 아들”

[기자수첩] “데려갈 땐 우리 아들, 사고 나면 당신 아들”

  • 기자명 한휘 기자
  • 입력 2024.06.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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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안전과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국군. 그런 국군에 자부심을 느껴야 하건만,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만 쉴 새 없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른바 ‘채 상병 특검’ 법안 입법을 위한 청문회를 열었다.

이번 특검법은 지난해 여름 일어난 해병대 제1사단 병 사망 사고 당시 군 고위층이 수사에 개입하고 방해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자 추진됐다.

그런데 청문회에서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났다.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주요 인사들이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하나같이 손잡고 증인 선서를 거부한 것이다.

이날 선서를 거부한 인물은 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이종섭 前 호주 대사, 신범철 前 국방부 차관, 사건 당시 해병 지휘관이던 임성근 소장 등 3명이다.

이들은 ‘법적인 권리’라는 이유로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증인 선서를 하면 위증 시 처벌 대상이 되므로, 청문회에서 대놓고 진실을 말하지 않으리라 선언한 셈이다.

이미 여러 정황 증거로 특검법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진 가운데, 핵심 인물들이 죄다 선서를 거부하자 각계의 비판이 이어졌다. 군 고위직을 역임한 이들이 도덕적 책임감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임 소장은 얼마 전 탄원서를 쓰면서 “군인은 국가가 필요할 때 군말 없이 죽어주도록 훈련되는 존재”라는 망언을 일삼아 논란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안 그래도 최근 1년 새 군 관련 사건 사고가 잊을만하면 터지는 상황이라 군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는 더욱 추락하고 있다.

지난달 육군 제12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서는 입소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훈련병이 중대장의 가혹 행위로 세상을 떠났고, 사후 대처 및 수사에 관해서 군이 지나치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로부터 수일 전에는 제32보병사단 신교대에서 수류탄 폭발 사고가 일어나 훈련병이 사망했다. 웬만한 건강 이상이 아닌 이상 현역 판정을 받는 현시대에 사고 위험이 큰 세열수류탄 투척 훈련을 굳이 재개해야 했냐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지난해에는 정치적인 논란에 수차례 휘말렸다. 공산당 이력을 이유로 대한 독립에 헌신한 영웅들의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철거하고, 이 과정에서 국군의 역사를 왜곡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건 이후로는 차기 국방부 장관 후보자인 예비역 군인이 정치적 극단주의에 매몰돼 온갖 실언을 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해당 장관은 임명 강행 후로도 군인 처우, 독도 관련 역사관 등 여러 부문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청문회의 원인이던 이른바 ‘채 상병 사건’도 지난해 여름의 일이다. 이렇듯 불과 1년 사이에 국군 관련 사건 사고는 쉬지 않고 헤드라인을 장식해 왔고, 국군을 향한 국민의 신뢰는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

군 복무를 해본 사람들은 기억할 수도 있겠지만, 국군은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벗어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라고 있다. ‘국군은 자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국민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사건이 계속 일어난다면, 어떤 수를 쓰더라도 자부심은 늘어날 수 없다. 오히려 “데려갈 땐 우리 아들, 사고 나면 당신 아들”이라는 자조적인 비판만이 이어질 뿐이다.

국민이 원하는 군대의 모습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다. 자부심은 그 뒤에 자연스레 따라올 뿐이다. 누군가의 욕심으로 억지로 자부심을 만들려고 했다간 오히려 군인의 본분을 해치는 사건만 반복될 뿐이다.

한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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