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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경제를 악용하는 사이버 레커들

주목 경제를 악용하는 사이버 레커들

  • 기자명 김병희 교수
  • 입력 2024.09.0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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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사이버 레커(cyber wrecker)라는 인물들의 문제적 행보가 심각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이버 레커란 어떤 쟁점이 발생했을 때 그 쟁점을 소재 삼아 재빨리 영상을 만들어 플랫폼에 올리는 사람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연락도 하지 않았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레커(wrecker, 사설 견인차)처럼, 사이버 레커도 연예계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 어떤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마치 견인차처럼 어떤 사안이나 쟁점이 있을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언제 어디에서나 나타나는 사람이란 뜻에서 사이버 레커란 이름이 붙었다. 

  2018년 11월 18일, 유튜버 김성회 씨가 ‘김성회의 G식백과’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영상 제작을 할 때 이슈 선정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속도이며 영상을 빨리 올릴수록 유리하니까, 레커차가 경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 다음부터 이 용어가 급속히 확산됐다. 현재 ‘사이버 레커’, ‘사이버 렉커’, ‘사이버 래커’ 같은 세 가지가 혼용되고 있는데,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 따르면 ‘사이버 레커’가 바른 표현이다. 그런데도 온라인 공간에서 ‘사이버 렉카’라는 일본어 표기가 널리 쓰이고 있으니, 용어 표현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사이버 레커들은 허위 정보는 물론 악의적인 콘텐츠나 왜곡된 사실을 신속히 퍼트리는데 타고난 재주가 있는 듯하다. 진실이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그럴듯한 영상으로 만들어 논란 자체를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부풀리는 경우도 많다. 그들은 연예계 이슈 말고도 사회, 문화, 정치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든다.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는 각종 사안을 짜깁기해서 선정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영상을 편집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채널 숫자가 많고 1만여 개가 넘는 인터넷 미디어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진실을 알린다는 명목으로 어떤 내용을 재빠르게 올리는 현상이 보편화됐기 때문에, 이제 이 말은 더 이상 신조어라 할 수 없다. 사이버 레커는 한 마디로 말해 사이버 바람잡이다.

  미국의 저술가 마이클 골드하버(Michael H. Goldhaber)가 제안했던 ‘주목 경제(attention economy)’의 개념은 사이버 레커의 생존법을 정확히 설명한다. 경제학 이론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주목 경제란 사람들을 주목시키면 돈이 저절로 모이게 된다는 관심 유발의 경제 개념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주목이 ‘제한된 자원’이라는 사실이다. 한 눈 팔지 말라는 말처럼, 한 곳에 주목하면 다른 곳은 보지 못한다. 이런 희소성의 원칙 때문에 주목은 중요한 자원이 된다는 것이다. 사이버 레커의 언행에서도 주목과 관심 끌기가 가장 중요하다. 어떻게든 주목 경쟁에서 살아남아 조회 수를 높이고 구독자 수를 늘리면 이를 바탕으로 광고를 붙이거나 후원을 받아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다.

  사이버 레커의 발언 스타일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추측성 표현을 자주 쓴다. 그들은 “~이다”와 “~한다” 같은 단정적 표현이 아닌 “~한 것 같다”와 “~인 듯하다” 같은 추측성 표현을 남발한다. 이런 발언에는 명예훼손죄의 처벌을 피하기 위한 계산된 의도가 깔려 있다. 둘째, 의혹 제기를 암시하는 표현을 자주 쓴다. 대법원은 의견이나 추측성 표현도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었지만(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6도14995 판결), 사이버 레커들은 사실의 존재 가능성을 암시했다는 점을 쉽게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듯 의혹 제기를 암시하는 묘한 화법을 자주 구사한다. 셋째, 표현의 자유를 유달리 강조한다. 오랜 역사를 지닌 정통 언론에서 어떤 의혹 제기를 할 때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서 말하는 표현의 자유 때문에 기사를 쓴다고 부연 설명하는 기자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사이버 레커들은 표현의 자유란 말을 즐겨 쓴다. 이 또한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계산된 발언에 가깝다.

  지난 8월 28일, 수원지검 형사5부는 변호사 A씨를 강요·협박·공갈·업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핵심 사안은 사이버 레커를 배후 조종해 유튜버 쯔양에게 돈의 빨대를 꽂았다는 혐의다. 변호사가 배후조종에 나설 정도로 사이버 레커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근거다. 현재 국회에는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행위에 대해 징벌적 손해 배상이 가능하도록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그리고 허위정보 삭제 요구권을 신설하고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도 잠을 자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해친다는 해묵은 주장에 막혀 법안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사이버 레커의 신속성을 배우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다. 앞으로 사이버 레커를 대상으로 하는 명예훼손 소송이 급증할 것 같다. 명예훼손 소송을 하는 사람은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사이버 레커의 약탈적 범죄를 척결하는 조치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사이버 레커의 발언에서는 수익 창출을 위한 범행의 의도성 여부가 중요하지만, 악성 콘텐츠의 유포를 빌미로 추가 범행을 시도했는지의 여부도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사이버 레커의 반복적이고 악의적인 범행에 대해서는 보다 엄중한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이버 레커의 범죄를 원천적으로 근절시킬 방안의 하나로 유튜브에서 시행하는 ‘수익 중단’ 제재 조치를 가하는 문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유튜브는 2017년 8월에 이른바 ‘노란 딱지(yellow dollar sign)’ 정책을 도입해, 문제가 많은 영상에 대해 수익 창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욕설, 폭력, 충격, 혐오, 증오 콘텐츠 따위가 수익 제한의 대상이었다. 사이버 레커는 주목, 관심 끌기, 조회 수 높이기, 수익 창출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행동하는데, 해당 플랫폼에서 중간의 연결 고리를 끊는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 나아가 광고 협찬이나 후원계좌를 통한 모금 수익도 철저히 추적해서 환수해야 한다. 주목 경제를 악용하면 안 된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 자체가 돈이 되는 세상이라지만,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주목 경제’를 정착시키는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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