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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2023년 LG 우승이 남기는 교훈

[창간특집] 2023년 LG 우승이 남기는 교훈

  • 기자명 정진영 기자
  • 입력 2023.11.2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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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고 우승을 거머쥔 LG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고 우승을 거머쥔 LG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정진영 기자] 29년 만에 LG 트윈스가 마침내 길었던 우승의 한을 풀어냈다. 오랜 세월 '무관'의 꼬리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동병상련들에게는 자극과 희망을 남기는 순간이었다.

LG는 지난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6-2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을 확정했다. 정규리그 1위(86승 2무 56패)를 차지했던 LG는 한국시리즈까지 석권하며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의 감격스러운 통합 우승을 거머쥐었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오랜 시간을 기다려 온 선수, 감독, 구단주, 팬들까지도 서로 얼싸안고 눈시울을 붉혔다.

MBC 청룡을 거쳐 1990년 럭키금성그룹(현 LG)에 인수되어 KBO리그 역사를 이어온 LG는 1990년대 창단 초기에 이른바 '신바람 야구'를 표방하여 리그 최고의 인기구단으로 부상했고, 1990년과 1994년, 두 차례의 통합우승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1994년을 끝으로 LG는 우승과의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3번(1997-1998, 2002) 더 진출했지만, 당시 막강 전력을 구축한 해태, 현대, 삼성 등에 밀려 모두 준우승에 그쳤고, 2002년 준우승 이후로는 '암흑기'에 접어들며 '잃어버린 10년'의 수모를 겪었다.

특히 암흑기를 전전하던 시절에는 야구팬들의 전국구 먹잇감으로 전락하여 수많은 유행어와 패러디를 생산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함께 암흑기를 보냈던 KIA-롯데와 함께 '엘롯기 동맹'이라는 신조어로 묶인 것을 비롯하여 'DTD'(Down Team is Down,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등 온갖 조롱 섞인 놀림감이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LG는 수많은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변화와 혁신을 멈추지 않았다. 최근 몇 년간 거액의 투자를 단행하며 FA로 영입한 김현수-박해민-박동원 등은 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LG의 FA 먹튀 징크스를 끊어냈다. 외국인 에이스 플럿코가 중도에 이탈하는 악재가 있었지만, 케이시 켈리와 오스틴 제 몫을 다하며 외국인 농사도 성공했다.

지난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3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LG의 선발투수 임찬규가 마운드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3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LG의 선발투수 임찬규가 마운드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부 영입에만 의존했던 것도 아니다. 주장이자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오지환을 비롯해 임찬규, 고우석, 홍창기, 문보경, 문성주, 신민재 등은 모두 LG가 자체적으로 키워낸 선수들이다. LG 프런트는 한때 팬들로부터 증오의 대상이었으나, 1994년 우승멤버였던 차명석 단장이 부임한 이후 환골탈태하며 과감한 투자와 육성의 조화를 바탕으로 팀 재건의 기틀을 마련했다.

LG의 우승에 대한 염원은 과감하게 단행된 염경엽 감독의 영입으로도 엿볼 수 있다. LG는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이후 프랜차이즈 출신 류지현 감독과 과감하게 결별하고 염 감독을 영입했다. 염 감독은 키움과 SK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베테랑 감독이었지만 정작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또한, 현역 시절 통산 타율 1할대였던 것을 제외하고도 LG 코치와 프런트로서 팀 암흑기를 주도한 인물로 낙인찍혀 있던 상태.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평가에도 염경엽 감독은 '통합우승'을 향해 흔들리지 않고 나아갔다. 비록 경기 운영이나 야구 스타일에서 팬들의 호불호가 갈리기는 했지만, 염 감독의 소신과 뚝심은 결국 통합우승이라는 결과물로 빛을 발했다. 염 감독 개인으로서도 생애 최초의 정규리그-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지난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LG가 6-2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은 뒤 감독상을 받은 염경엽 감독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LG가 6-2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은 뒤 감독상을 받은 염경엽 감독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막강한 전력으로 우승을 차지한 LG는 이번 시즌만이 아니라 2~3년간은 더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이라는 평가가 많다. 더구나 올해 29년 만의 우승을 이뤄내며 큰 경기에 약하다는 징크스와 우승에 대한 압박감도 털어냈다. 염경엽 감독과 LG 선수단도 "내년에는 2연패에 도전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을 정도다.

2015-16년 2연속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를 끝으로 최근 7년간은 KBO리그에 연속 우승팀이 나오지 않고 있다. LG가 1980-90년대의 삼성, 2000년대의 현대, 2010년대의 삼성-두산처럼 KBO리그에 2020년대의 새로운 왕조로 등극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한편으로 LG의 우승과 더불어 '장기 무관팀'들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보다 먼저 우승팀이 확정된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모두 장기간 우승하지 못했던 팀들이 무관의 사슬을 끊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박찬호와 추신수 등이 거쳐 갔던 텍사스 레인저스가 창단 62년 만에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일본에서는 오승환이 활약했던 한신 타이거즈가 38년 만에 일본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2023년은 한미일 야구가 모두 우승에 대한 오랜 염원을 푼 한해로 남게 됐다.

지난달 25일 롯데 김태형 신임 감독이 경남 김해시 롯데자이언츠 상동야구장에서 열린 선수들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5일 롯데 김태형 신임 감독이 경남 김해시 롯데자이언츠 상동야구장에서 열린 선수들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LG가 질긴 역사를 끊어내면서 다음 순번을 가장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다. 롯데는 KBO리그 역사에서 LG보다 더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한 유일한 팀이다. 1984년, 1992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던 롯데는 올해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며 무려 31년이나 우승하지 못하는 불명예 기록을 이어갔다. 최근 2017년 이후 6년 연속 가을야구조차 탈락했다. 롯데는 올 시즌을 마치고 두산의 7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명장 김태형 감독을 영입하고 프런트 역시 물갈이하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경기를 이긴 한화 선수단이 마운드에 모여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지난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경기를 이긴 한화 선수단이 마운드에 모여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그 다음으로는 한화 이글스가 있다. 1999년 이후 24년간 우승하지 못한 한화는 LG가 올해 우승을 차지하면서 롯데 다음으로 현재 최장기간 무관 2위 자리를 물려받게 됐다. 2018년 이후 5년 연속 가을야구 탈락을 비롯하여 2009년부터 최근 15년간 가을야구 진출이 단 1회뿐이다. 그나마 올 시즌에는 9위로 5년 만에 탈꼴찌에 성공했고, 노시환과 문동주 같은 리그 정상급 선수들이 꾸준히 배출되고 있다.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키움 선수들이 승리한 뒤, 축하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키움 선수들이 승리한 뒤, 축하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키움 히어로즈는 2008년 창단하여 무관의 역사는 16년으로 롯데·한화보다 짧지만, 우승 경험 자체가 아예 없다. 롯데가 2회 우승, 한화가 1회 우승을 경험했고, 심지어 2010년대 중반 이후 합류한 9·10번째 구단인 NC와 kt조차 우승 경험이 있는데 비하여 키움은, 한국시리즈에 3번 올랐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쳤고 정규리그 우승도 해보지 못했다. 전신인 현대 시절의 4회 우승은 키움의 역사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냉정하게 말해 올해 가을야구 진출조차 나란히 실패한 롯데-한화-키움으로서는 당장 1~2년 내 우승에 도전할 만한 전력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로서는 세 팀의 장기 무관과 암흑기가 더 길어질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이번 우승을 거머쥔 LG의 행보는 다른팀에게도 '스포츠에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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