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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한국 월드컵史 '산증인' 허정무 이사장 "우리 축구 보여주면 충분히 해볼 수 있어"

[창간특집] 한국 월드컵史 '산증인' 허정무 이사장 "우리 축구 보여주면 충분히 해볼 수 있어"

  • 기자명 우봉철 기자
  • 입력 2022.11.21 09:00
  • 수정 2022.12.2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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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해봤으니 더 높은 곳 바라봐야…"긍지를 갖고 가진 기량 마음껏 발휘하길"

(사진=2010년 남아공 월드컵서 한국 축구대표팀을 맡아 사상 첫 원정 대회 16강 진출을 이끌었던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데일리스포츠한국과 만나 카타르 월드컵에 나서는 벤투호에 대한 전망과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 현경학 기자)
(사진=2010년 남아공 월드컵서 한국 축구대표팀을 맡아 사상 첫 원정 대회 16강 진출을 이끌었던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데일리스포츠한국과 만나 카타르 월드컵에 나서는 벤투호에 대한 전망과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 현경학 기자)

지구촌 축구 대축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됐다. 한국 축구는 1954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을 밟았고, 2002년에는 홈에서 4강 신화를 이뤄냈다. 그리고 이제 손흥민이라는 월드 스타를 앞세워 또 한 번의 역사에 도전한다. 

이에 데일리스포츠한국은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서 태극전사들을 이끌고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업적을 달성한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당시 한국은 1차전서 그리스를 무너뜨리는 등 1승 1무 1패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토너먼트에서는 그해 4위에 오른 우루과이를 만나 아쉽게 패했지만, 경기 내용은 절대 뒤지지 않았던 승부였다.

한국 축구사(史)에 역사를 쓴 허정무 이사장은 현역 시절 참가한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시작으로 1990년 트레이너, 1994년 코치, 1998년과 2002년 해설, 2010년 감독, 2014년 단장으로 대표팀과 함께 했고, 2006년과 2018년 역시 현장에서 대표팀을 응원했다. 40년의 세월 동안 10번의 월드컵을 함께한 '산증인'인 셈이다.

누구보다 월드컵을 잘 아는 허정무 이사장은 사상 두 번째 원정 대회 16강에 도전하는 벤투호에 대해 "희망적으로 본다. 16강은 한 번 해봤으니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라며, "우리 만의 무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전체적인 기량 면에서 볼 때 한국은 절대 상대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축구를 보여주면 충분히 해볼 수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에 나서는 후배들에게 "긍지를 갖고, 두려워하지 말고 가진 기량을 마음껏 발휘해달라. 열과 성을 다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6강 우루과이전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진=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6강 우루과이전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음은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2022시즌 대전의 K리그1 승격에 이사장님도 많이 기쁘셨을 것 같습니다. 치열했던 시즌이 끝난지 어느새 3주 정도 흘렀는데요.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 대전은 처음 승격 계획을 3년으로 세웠는데, 첫 시즌(2020시즌)의 경우 출발이 늦었죠. 선수 파악이 안됐고, 외부 영입도 안 된 상태에서 힘들게 출발했어요. 그래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었죠. 작년에는 좋은 경기를 했지만 아쉽게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졌었는데, 올해 삼수 끝에 승격해서 너무 기뻐요. 대전은 축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넘치는 도시입니다. 이제 대전 팬들을 볼 면목이 생긴거죠.

▲ 올 시즌 대전 시민들이 K리그1 승격으로 달아올랐다면, 이제 전국민이 카타르 월드컵으로 달아오를 차례입니다. 이사장님께서는 현역 시절, 또 은퇴 후 여러 보직으로 월드컵에 참가하셨습니다. 이번 월드컵 기간은 어떻게 보내실 계획이신가요?

- 월드컵에 관해서는 제가 증인이 되지 않을까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은 선수로 참가했고, 1990년 트레이너, 1994년 코치, 1998년과 2002년 해설, 2006년은 자비로 독일로 가 선수들을 응원했습니다. 또 2010년은 감독, 2014년 단장으로 함께 했고, 2018년 역시 현장에 있었죠. 

올해는 내년 시즌 준비를 위해 가지 않기로 했어요. 현재 대전은 서영재, 이현식 등 주전급 선수 6명이 군 복무를 신청한 상태입니다. 당장 첫 시즌은 힘들겠지만 상위 스플릿,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목표로 잡고 나아가려면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뼈대를 잘 맞춰야 하죠. 이적 시장도 만만치 않아 걱정이지만, 새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현장에 함께 할 수 없어 아쉽기보다는, 그동안 10번의 월드컵에 함께 했다면 40년 아니겠습니까. 이번에는 떨어져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죠(웃음).

▲ 월드컵 개막이 다가오면서 벤투호의 16강 진출에 대한 비관적인 여론도 나오고 있어요. 2010년 대회를 앞둔 당시에도 이와 비슷했지만 이사장님과 선수들은 기어코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어떤 노력이 있었고, 큰 무대에서 선수들에게 강조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겁니다. 우리 팀 만의 무기를 만들고, 상대에 따라 어떤 플레이를 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하죠. 순간순간 여론에 흔들리면 안 됩니다. 냉정하게 전략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죠.

남아공 월드컵 당시에는 세트피스를 강조했고, 맞아떨어지면서 세트피스로 4골을 넣었습니다. 또 1차전 상대인 그리스는 무조건 잡아 1승을 챙기자, 아르헨티나는 최상의 경우 비기고 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마지막 나이지리아전에서 승부를 보자는 전략을 세웠었죠.

이번에도 우리 선수들이 준비할 게 체력적인 우위와 세트피스에 대한 중요성을 생각해 잘 다듬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손흥민(토트넘) 선수의 직접 프리킥 외에는 성공 확률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세트피스의 중요성은 코너킥 상황에서 선제골을 만든 2018년 독일전만 봐도 알 수 있죠. 

또 공격 옵션에서의 세트피스도 중요하지만, 수비 상황 준비도 중요합니다. 지난번 A매치 평가전을 살펴보면 수비 시에 약점이 노출됐었습니다. 그런 점을 보완하고 우리 만의 무기를 만들면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지레 겁먹을 필요 없는 거죠.

▲ 공교롭게도 조별리그 1차전 상대가 2010년 남아공 대회 당시 16강에서 한국을 꺾었던 우루과이입니다. 벤투호는 12년 전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 1차전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우루과이를 꼭 꺾어줬으면 좋겠어요. 남아공 월드컵 당시 16강전이 끝나고 '언젠가 우루과이랑 한 번 더 경기를 치르고 싶다'라는 소회를 남겼었는데, 후배들이 복수에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2010년 대회 때도 패했지만 경기 내용은 좋았습니다. 첫 골은 실책으로 내줬고, 상대에게 기회를 허용한 건 두 번째 골 장면뿐이었습니다. 사실 그 장면도 거리가 멀었고, 확실한 기회라 보긴 어려웠죠. 

우루과이의 현재 전력을 살펴보면 2010년 우리가 상대했던 우루과이보다 좋은 팀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주축 선수들이 노쇠했기 때문이죠. 반대로 우리 선수들은 역대 월드컵 멤버 중 가장 좋습니다. 수비부터 공격까지 빅리그에서 경험을 쌓았고, 월드컵 무대도 밟아본 선수들이 있어요. 벤투호가 우루과이 상대로 꼭 앙갚음을 해줬으면 합니다.

(사진=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을 마치고 박지성을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진=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허정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우루과이와의 16강전을 마치고 박지성을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최근 외신에서는 한국의 약점으로 창의성 부족과 얇은 선수층을 꼽았습니다. 이사장님이 보실 때 우리 대표팀의 장·단점은 무엇이라 생각되시나요? 같은 조에 속한 우루과이, 포르투갈, 가나와의 경쟁력이 궁금합니다.

- 역대 월드컵 조 편성을 보면 쉬운 조에 속했던 적이 없습니다. 제가 선수 시절 참가한 1986년 월드컵 당시에도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 불가리아를 상대했었죠. 그 뒤로도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 등 여러 강팀을 만나왔습니다. 쉬운 상대는 결코 없다는 거죠.

우루과이의 경우 공격진에 루이스 수아레스(클루브 나시오날)와 에디손 카바니(발렌시아), 다르윈 누녜스(리버풀)가 있습니다. 이 중 누녜스는 아직 완전히 익은 선수가 아니고, 나머지 두 선수는 35세로 기량이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는 상태입니다. 경계해야 할 쪽은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와 로드리고 벤탄쿠르(토트넘) 등 상대 미드필더 자원이에요. 득점력까지 갖춘 선수들입니다.

그래도 우리 역시 중원에서의 강점이 많습니다. 정우영(알 사드)과 황인범(올림피아코스), 이재성(마인츠) 등 패싱력과 기동력을 갖춘 좋은 자원이 많아요. 손흥민과 황희찬(울버햄프턴), 황의조(올림피아코스) 등 공격진도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꼭 잡아야 할 1차전 상대이기에, 우루과이를 이겨야 16강 진출 확률도 올라갈 것입니다.

가나 같은 경우는 경기 템포가 느립니다. 최근 평가전에서 스위스를 꺾은 건 플레이 스타일에 따른 상대성 때문으로 보입니다. 개개인이 돌파를 하기 위한 플레이가 많은 대신 빠른 공격이 부족합니다. 가나도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지만, 그 부분을 적절히 파악해 중원에서 강력한 압박을 통한 빠른 공격을 펼치면, 못해 볼 상대도 아니라고 봅니다.

포르투갈은 마지막 상대이기에 앞선 경기 결과에 따라 준비 과정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전성기 기량이 아니어도 좋은 멤버가 많지만, 역대 포르투갈 대표팀을 떠올리면 가장 강한 팀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2018년에도 독일을 만나 전략적인 운영으로 이긴 경험도 있지 않습니까.

아울러 카타르는 한국 대표팀 선수라면 한 경기는 뛰어봤을 정도로 익숙한 곳입니다.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만 3경기를 치르는 것도 이점이죠. 상대는 시즌 중에 오기에 충분한 휴식과 대회 준비 시간이 부족합니다. 2002년 대회를 봐도 독일 정도를 빼놓고는 한국과 일본에 적응하지 못한 유럽 팀이 전멸했었죠. 그만큼 현지 기후와 환경 등에 적응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점이 우리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봅니다. 

▲ 이사장님께서 이끌던 대표팀에 양박쌍용(박지성·박주영·이청용·기성용)이 있었다면, 이번 월드컵에는 손흥민, 김민재 선수가 핵심으로 꼽힙니다. 2010년과 지금의 대표팀을 비교해 본다면 어떨까요?

- 우리가 언제 월드컵 경험과 빅리그 경험을 두루 갖춘 손흥민 같은 공격수, 김민재(나폴리) 같은 수비수가 있었습니까. 비단 제 생각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역대 멤버 중 가상 구성이 좋습니다. 또 수준 높은 축구를 경험한 선수가 많기에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 봐요. 당당하게 자신감을 갖고 우리의 축구를 보여주면 충분히 해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16강을 넘어 8강에 도전해야 할 시기에요. 16강은 한 번 해봤으니 그 이상의 목표를 잡아야 합니다.

아울러 손흥민 선수의 경우 저는 부상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월드컵을 뛸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부상의 경우 상대와 경합 중에 발생했지만, 그동안 주로 보여준 플레이는 상대와 경합이 아닌 공간과 빠른 주력을 이용한 공격이었습니다. 2002년 당시에도 김태영 전(前) 천안시 축구단 감독이 코뼈 부상 속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뛰었잖아요. 때문에 손흥민 선수도 부상으로 어려움은 있겠지만, 경기장에서 제 플레이를 잘 보여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 그렇다면 손흥민과 김민재 선수 외 월드컵 활약이 기대되는 혹은 활약을 바라는 선수가 있다면 누구일까요?

- 미드필더진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공격과 수비 모두 중요하지만, 중원 싸움 역시 굉장히 중요합니다. 특히, 첫 번째 우루과이전은 중원 싸움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상대 미드필더를 봉쇄하면 우리가 경기를 주도할 것이라 봅니다. 이 첫 번째 과제를 잘 해결하면 좋은 싸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척추 역할을 맡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중요합니다. 정우영 선수가 그 자리에서 상당히 좋은 역할을 하고 있죠. 만약 정우영 선수가 빠지게 된다면 손준호(산둥) 선수도 있습니다. 정우영 선수가 부상 없이 본인의 능력을 발휘하면 한국은 다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크게 밀리지 않을 겁니다. 또 옆에 활동량이 좋은 황인범 선수가 있으니, 외롭지 않을 겁니다. 전체적으로 공격과 수비를 이어주는, 공수 양면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이 잘 풀려야 합니다.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황의조 선수 같은 경우도 문제없다고 봅니다. 2010년 당시 기성용 선수에 대해서도 같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대표팀에서 뛰면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팀에서 조금 못 뛰었다고 선수의 기량이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 끝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을 대표해 나서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월드컵은 꿈의 무대이자 최고의 무대입니다. '내가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서 월드컵 대표 선수로서 참가한다'라는 긍지를 갖고, 두려워하지 말고 가진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어디까지 갈지 예측할 수 없다고 봅니다. 국내에 있는 팬들, 현지서 응원하는 교민들 등 국민들의 함성 소리가 힘이 될 것입니다. 동료와 팀을 위해 희생한다는 생각으로 열과 성을 다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 역시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서초=우봉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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