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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심은 데 팥 나는 세상

2024-09-12     서재영 교수

우리 속담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말이 있다. 그 이치가 너무도 명확하여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믿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우리가 믿는 보편적인 상식 중의 하나가 바로 인과법이다. 인과법에 따르면 원인과 결과는 서로 어긋나지 않기에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말로도 설명한다. 원인이 되는 씨앗[]과 그 결과인 열매[]가 서로 상응하여 나타난다는 뜻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원리

인과법에 담긴 의미를 되짚어 보면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의미를 읽을 수 있다. 첫째는 비례성이다. 콩을 심으면 콩을 수확하고, 팥을 심으면 팥을 수확하듯 좋은 씨앗을 파종하면 좋은 열매를 거두고, 나쁜 열매를 파종하면 나쁜 열매를 거두는 것이 인과법이다. 원인과 결과가 서로 상응하기에 결과는 수레바퀴가 소를 따라가듯 원인에 종속되기 마련이다. 이처럼 좋은 것은 좋은 대로, 나쁜 것은 나쁜 대로 서로 짝을 이루는 비례성이야말로 공정의 기본이다.

둘째는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다. 원인과 결과가 서로 조응(調應)한다면 자연히 미래에 대한 예측을 가능케 한다. 좋은 씨앗이 좋은 결과를 낳는다면 착한 일을 하면 복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벌 받는다는 윤리적 원칙이 확립된다. 자신의 행위에 따라 미래가 예측되기에 자연히 악행을 삼가고 선행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인과법에 대한 믿음은 건강한 행위 윤리의 토대로 자리 잡는다.

셋째는 심리적 안정성이다. 콩을 심었는데 콩이 될지 팥이 될지 모른다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내가 한 행동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모른다면 삶은 나의 의지 밖의 일이 되고, 우연적 사건이 운명을 지배할 것이기에 삶은 불안 해진다. 그러나 인과법에 따라 움직인다면 콩을 수확하고 싶으면 콩을 파종하고, 팥을 수확하고 싶으면 팥을 파종하면 그만이다. 자신이 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안다면 개인은 심리적 안정을 얻게 되고, 사회는 질서를 찾게 된다.

선행을 하면 복을 받고, 악행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불교의 업설도 이상과 같은 인과법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처럼 인과법은 우리에게 행위에 비례하는 결과를 얻는다는 도덕적 기준을 제공해 주고, 행위의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은 윤리적 삶으로 이끌어 준다. 따라서 인과법에 대한 믿음이 견고할수록 건강한 사회질서가 확립되고, 인과법이 잘 지켜질수록 세상은 정의로운 사회가 됨은 물론이다.

선택적 정의가 초래한 불공정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행태를 보면 세상을 지탱하는 인과법이 과연 있기나 한지 반문하게 된다. 인과법이 가진 비례성과 공정성, 예측 가능성에 기반한 정의가 무참히 짓밟히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영부인이 명품백을 받은 것은 온 국민이 영상으로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민권익위와 검찰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면죄부를 주었다. 더구나 검찰은 영부인을 소환조사하는 대신 아무도 몰래 안가로 찾아가는 것도 모자라 서릿발 같던 검찰이 경호원들에게 휴대폰까지 제출 당하는 굴욕까지 감수했다.

반면 야당 대표의 부인은 법인카드로 소소한 밥값을 결재했다는 이유로 검찰청으로 소환되어 포토 라인에 세워졌고,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대역죄라도 지은 냥 망신을 당해야 했다. 큰 죄를 지으면 큰 벌을 받고, 작은 죄를 지으면 작은 벌을 받는 것이 인과의 비례성이다. 그러나 검찰은 삼척동자도 아는 그런 기본적인 원칙을 손바닥 뒤집듯 뭉개버렸다.

조국 대표의 아들은 인턴 활동 시간을 부풀렸다는 이유로 대학원 입학이 취소되고, 석사학위가 박탈되었다. 하지만 한동훈 대표의 딸은 논문대필과 표절 등 허위 스펙 의혹이 불거졌지만 제대로 된 압수수색조차 없이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게다가 조국 대표는 딸이 받은 장학금 때문에 뇌물죄로 기소되어 고초를 겪어야 했지만, 검찰총장 후보로 나선 심우정 검사의 아들은 문과생이 이과생을 위한 장학금을 받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있었지만, 기소는커녕 검찰 수장의 자리까지 노리고 있다.

검은 것은 검은 대로, 흰 것은 흰 대로 처리하는 것이 정의의 기본이다. 큰 죄는 면죄부를 내려 주고, 작은 죄는 추상같이 다스린다면 인과법이 무너지고 정의도 사라진다. 하지만 검찰 권력은 무슨 짓을 해도 합당한 처벌을 피해 가는 신공을 연이어 보여주고 있다. 반면 야당 인사들은 작은 허물이라도 있으면 침소봉대되어 고초를 당하거나, 여론재판에 내몰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뱀이 마신 물과 소가 마신 물

검찰 권력이 되풀이하는 이런 불공정한 행태를 보면서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를 만들고,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을 만든다(牛飮水成乳 蛇飮水成毒).”라는 화엄경의 구절을 곱씹어 보게 한다. 똑같은 물을 마셔도 그것을 마시는 자에 따라 생명을 살리는 우유를 만들기도 하고, 사람을 죽이는 독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같은 물건이라도 검찰 권력이 받으면 선물이 되고, 야당 인사가 받으면 뇌물로 둔갑한다. 같은 돈이라도 검찰의 자녀가 받으면 장학금이 되지만 야당 인사의 자녀가 받으면 뇌물로 규정된다. 콩을 심었음에도 팥이 나는 현실에서 인과라는 상식은 무너져 내리게 마련이고, 그것은 사회적 혼란과 불안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인과율이 무너지면 악행이 보상받고, 선행이 처벌받는 부조리가 만연하게 된다. 지금처럼 검찰 예외주의가 반복된다면 힘만 있으면 무슨 짓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 사회가 되어 법치의 근간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릴 것이다.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윤리적 잣대와 처벌의 기준이 공정해야 한다. 검찰 권력은 자신들의 허물이 드러나면 상대방의 하찮은 허물을 들춰내 물타기를 반복한다. 자신들은 허물이 있어도 처벌받지 않고, 상대방은 작은 먼지만 있어도 침소봉대하여 처벌한다면 우리 사회는 윤리적 근간이 무너지고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과법과 같은 상식이 바로 서야 한다. 법과 도덕적 기준이 권력에 의해 휘둘리지 않고, 행위에 비례하여 상벌이 내려져야 한다. 그래야만 개인의 삶은 평화롭고 사회는 정의롭게 굴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