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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의 ‘분노’ 국민이 해결해주자!

김성의 관풍

2024-08-29     김성 소장

온 국민에게 감동을 주었던 파리올림픽은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선수단을 격려함으로서 일단 마무리됐다. 이제 20224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직설발언한 숙제를 해결해야 할 차례이다. 그러나 건망증이 발동하여 또다시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져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파리올림픽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로 꼽아

안세영이 국민에게 던진 화두는 미래 대한민국의 스포츠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파리올림픽의 기록적인 성과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본다.

국민은 안세영을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대표단 가운데 가장 인상적으로 활약한 선수로 꼽았다.(한국갤럽 조사) 선수들을 대표해 경기단체의 개혁을 요구한 점도 함께 작용한 것이 므로 결코 허투루 넘겨서는 안된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낡은 관행과 꼰대주의가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경기단체의 견고한 벽을 깨부수고 개혁이 완성될때까지 안세영에게 뜨거운 응원을 지속적으로 보내주어야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스무 두살의 젊은 선수가 화려한 영예를 마다하고 이렇게 분노의 절규를 하게 된 걸까.

온갖 불리한 환경 분노껴안고 성장

안세영은 뛰어난 기량 때문에 중3때 벌써 국가대표로 뽑혀 합숙을 하게 됐다.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선수 중 막내였기 때문에 방청소와 선배들의 빨래, 라켓의 줄을 갈아주는 일을 도맡았다. 협회와 후원회사와의 계약 때문에 유니폼은 그렇다치더라도 자기에게 적당한 운동화도 함부로 신을 수 없었다.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하려면 협회와의 계약에 따라야만 했다. 그 계약은 외국 선수들과 비교해 너무 차이가 많았다. 안세영처럼 고졸 선수의 경우는 7년으로 기간이 고정돼 있었다. 연봉은 5,000만 원이 상한액이며 이후 3년 차까지 연간 7이상 올릴 수 없어 현재의 연봉은 6,100만 원 정도이다. 안세영이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대회에서 벌어들인 누적상금 총액은 약 19억 원이었다. 그러나 세계 13위인 인도 여자 단식 선수는 지난해 소득이 무려 100억 원에 가까웠다. 남자 단식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빅토르 악셀센(덴마크) 역시 지난해 BWF 상금으로 약 84,000만 원을 받았으나 조국인 덴마크를 떠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로 이주해 따로 훈련하면서 각종 후원으로 수백만 달러를 받았다. 그러고도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했다. 세계 랭킹 1위인 안세영과는 너무 차이가 많았다. 그러나 협회는 개인 후원을 자유롭게 풀어줄 경우 협회 공식 후원이 줄어 유망주 육성사업이 축소될 수 있다며 여전히 제한하고 있다.

안세영은 2022년 항저우 대회에서 부상을 입었는데 협회가 지정한 의료기관의 오진으로 다시 진찰과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다. 복식과 단식은 훈련방법이 다른데도 외국 선수들과 비교할 때 합당한 훈련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 이처럼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안세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2022),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코펜하겐 세계선수권대회(20238)에서 정상에 오른데 이어 파리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202485) 그랜드슬램(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우승)에 하나만 남겨두게 되었다.

부모의 건의에도 관행내세워 모르쇠

안세영 부모는 그녀를 대신해 올 2월 협회측에 7가지 사항의 개선을 건의했다. 협회측은 국가대표팀에 통보했다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2개만 반영됐고, 나머지는 관행이어서 점차 개선해 나가겠다” “검토해 보겠다로 얼버무렸다. 하여 안세영은 분노속에 올림픽 경기에 임했고, 우승하자마자 그를 옥죄고 있던 조직에 7년 동안 쌓여온 분노를 폭발한 것이다.

배드민턴협회 임원 가운데 운동실력이 출중해서 중3짜리 딸을 국가대표 합숙에 들여보낸 경우가 있었다고 치자. 딸이 선배들의 빨래와 청소를 하느라 스트레스가 쌓여간다면 가만히 있었을까? 발에 맞는 운동화도 후원계약에 묶여 원하는 것을 신지 못한다고 하면 가만히 있었을까? 세계 상위랭킹에 올라 올림픽 금메달 유망주가 되었는데도 전속 코치와 트레이너로부터 제대로 훈련받을 수 없었다면 가만히 있었을까? 다른 종목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계약조건이 노예계약이나 다를 바 없어도 가만히 있어야 했을까?

안세영 선수단에 사과”, 협회, “지원 다 해줬다

시상식 후 안세영의 직설발언으로 파장이 커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6파리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조사하겠다고 했다. 올림픽 사격분야에서 세차례 금메달을 땄던 국민의힘 진종오 의원도 안세영의 용기있는 폭로를 묵과하지 않겠다, “체육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체육계 비리 국민제보센터를 개설·운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드민턴협회의 대응은 가관이었다. 한 임원은 협회는 안세영의 부상에 대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지원을 했고, 외국인 코치도 영입했었다. 이런 지원을 받은 선수는 없다며 사과는 커녕 변명에만 급급했다. 한 관계자는 김연아나 손흥민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김연아와 손흥민은 부적절하게 자신을 거론한 이 관계자를 명예훼손으로 왜 고발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배드민턴협회가 내놓은 10쪽의 입장문 역시 전반적인 사과보다는 안세영 인터뷰 내용을 하나하나 반박하는 것이 주를 이루었다.

11일에는 배드민턴협회의 국가대표 운영 지침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 ‘담당 지도자 허가 없이는 훈련 불참·훈련장 이탈 불가등 개인 인권을 무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는 폭로가 터져나왔다. 이를 폭로한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군인들도 명령 복종 범위를 상관의 직무상 명령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배드민턴협회 조항은 시대착오적이자 반인권적이라고 했다. 진보당 전남도당도 그의 외침은 사회적 권위에 대항하는 의 도전이고 억울한 자들의 목소리로, 22살 청년의 정당한 주장이 낡은 질서 속에 갇혀 버린다면 세상 누가 용기내어 소리치겠냐고 주장했다. 상명하복을 강조한 이 규정은 시대에 맞지 않아 3년 전 대한체육회에 의해 개정됐는데도 배드민턴협회는 계속 남겨두었던 것이다. 협회장은 그런 지침이 있는 줄 몰랐다. 다 삭제하고 다른 문구로 고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3년 전에 이를 고치지 않은 담당 임직원이 있었다면 인권위에 고발하고 지금이라도 사과하는 게 먼저 할 일이 아니었을까? 협회의 태도를 보면 대한체육회가 삭제한 것을 알면서도 선수들을 장악하기 위해 그대로 둔 것이 아닌가, 협회 안에 회장과 이사들을 속이거나 조종하는 구시대 꼴통 실세가 있지 않는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므로 이 부분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협회의 적반하장식 태도와 달리 안세영은 금메달을 딴 다음날인 6SNS를 통해서 누군가와 전쟁하듯 이야기를 드린 게 아니라’, 선수들의 보호에 대한 이야기이고, 여기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해 주시는 어른이 계시기를 빌어본다고 했고, 16일에는 본의아니게 선수들에게 사과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그의 진심은 운동에만 몰두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안세영은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 후 들어온 각종 방송과 광고 섭외를 거절하며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꿈에만 집중했었다. 그러나 협회는 여기에 부응하지 못했다.

풀어야 할 일은 명백하다.

첫째, 우선 배드민턴협회를 정상화시키는 일이다. 문체부는 보조금법 위반만 들여다 볼 것이 아니라 반인권적인 계약이 있었는지, 임원들의 윤리적인 문제 등등도 엄정히 조사하여 다른 경기단체의 표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언론의 이중플레이에 국민 속아서는 안돼

둘째, 국민은 언론의 양다리 걸치기보도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일부 언론은 안세영의 직설발언과 협회의 대처가 모두 잘못됐다는 식으로 양비론을 펴면서 희석시키는 이중플레이를 벌여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 “돈때문으로 몰아붙이거나 아예 보도를 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관심이 멀어지게 하는 전략도 쓸 수 있다. 이것을 막아줄 주체는 국민뿐이다.

셋째, 생활체육을 통해 기량을 가진 인재들이 엘리트로 발전하는 것이 일반적인 선진국 추세이다. 국가의 명예나 위신을 내세우기 보다는 젊은 MZ세대들이 즐기면서 기량을 발휘하고 정당한 대가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분노풀고 앳된 소녀로 돌아올때까지 힘찬 응원을

안세영은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으로 국민을 감동시켰고, 인생에 요구되는 열정을 가르쳐주었다. 안세영이 던진 절규는 우리 스포츠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흙탕물로 가득찬 사회에 자신을 던진 한국의 잔다르크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아, 손흥민급 눈높이를 가졌다는 비아냥이 나온다거나,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7년간 대표팀의 빨래와 청소를 도맡아야 했다는 이야기들은 너무 황당하고 어이없다. 그런 불편한 이야기가 더 이상 나와서는 안된다.

안세영은 경기장에서 포효하는 모습과 달리 경기장 바깥에서는 여전히 앳된 소녀같은 모습이다. 누가 소녀같은 모습으로 다시 운동에만 전념하도록 해 줄것인가. 바로 국민이다.

김 성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