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ino 사이트

[기자수첩] ‘뉴라이트’ 바라보는 국민의 부정적 여론은 ‘반쪽짜리’가 아니다

2024-08-22     한휘 기자

지난 8월 15일, 제79주년 광복절을 맞이한 축하 행사는 전례 없는 ‘반쪽짜리’로 열렸다.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정부 주관으로, 효창공원에서는 광복회 주관으로 행사가 따로 열린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일, 김형석 고신대학교 석좌교수가 제13대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된 것에서 출발한다.

김 교수의 관장 임명에 각계에서 반발이 터져나왔다. 김 교수의 과거 행적과 발언 등이 일제의 식민 지배를 미화하는 ‘뉴라이트’ 식민사관에 갇혀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 강연에서 “1945년 8월 15일은 광복절이 아니다”라며 “1948년 정부 수립에서 대한민국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광복절을 부정하고 소위 ‘건국절’을 주장하는 뉴라이트 세력의 주장과 상통한다.

관장 임명 후에는 “친일파로 매도된 인사들의 명예 회복에 앞장서겠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실제로 김 교수는 친일 행적이 명확히 드러난 안익태, 백선엽 등에 관해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러한 인물이 독립기념관의 수장에 임명됐으니, 반발이 나오는 것은 자명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광복절 경축식 취소다. 독립기념관은 지난 12일, 내부 사정으로 경축식을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김 교수가 취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에 김 교수는 “자신과 관련 없다”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전임 관장이던 한시준 교수가 “초청장도 발송했고, 기념식 식순도 준비를 마쳤다”라고 밝힌 것.

이러한 난장판 끝에 일어난 일이 ‘반쪽짜리 경축식’이다. 김 교수의 임명에 줄곧 항의해 온 광복회는 자체적으로 경축식을 열었고, 정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다른 독립운동 기념단체들과 야당 인사들은 광복회의 행사에 참석했다.

이에 여당의 한 거물급 정치인은 야당의 정부 주도 경축식 불참을 두고 “국가가 갈라진 것처럼 보이게 해 부적절하다”라고 논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진정 부적절한 것을 외면한 처사다.

기자는 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학과 학부생은 물론이고, 권위를 지닌 교수님들 가운데 그 누구도 ‘자유’를 강조한답시고 식민 지배를 긍정하는 대한민국 뉴라이트의 역사관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역사에 비교적 관심이 크지 않은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탄압의 역사를 긍정하고 칭송하는 이들은 ‘부적절하다’는 비판 속에 대중의 외면을 받아 왔다.

물론 지나친 민족주의에 매몰된 채 ‘반일’의 기치만 드높이는 것도 문제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무차별적 반일에 대응하겠다고 ‘무비판적 종일(從日)’을 택한다면, 그것 역시 어리석다.

안타깝게도 무비판적 종일의 길을 걷는 이들은 이번 정부 들어 국민의 눈을 피해 조용히 세를 불려 왔다. 주요 역사 기관의 요직을 차지하기 시작하더니, 김 교수의 독립기념관장 임명이라는 형태의 ‘폭탄’으로 터져 나왔다.

폭탄이 터지자, 국민의 의견은 하나로 모였다. 광복절을 부정하고, 독립운동가들의 피와 땀을 격하하는 이들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1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현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에 대한 부정 평가는 65.4%에 달해 6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집권 여당의 지지도도 7% 가깝게 떨어졌다. 경축식만 반쪽짜리일 뿐, 국민 여론은 반쪽짜리가 아니다.

여당의 한 거물급 정치인에게 다시 묻는다. 법안도 국회의원 300명 중 ⅔가 찬성하면 ‘국민의 뜻’으로 보고 재의요구권을 무시할 수 있는데, 5000만 국민 중 ⅔가 찬성하는 의견이 정말로 ‘부적절’한가? ‘반문’ 말고 ‘답변’이 돌아오길 바란다.

한휘 기자 hanhyee111@dailysports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