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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인종차별 이겨낸 에고누의 ‘금빛 스파이크’…활약 기리는 벽화도 등장

2024-08-13     한휘 기자
이탈리아 올림픽위원회(CONI) 건물 외벽에 그려진 파올라 에고누의 벽화. (사진=라이카 인스타그램 캡처)

[데일리스포츠한국 한휘 기자] 자국 내 인종차별을 딛고 이탈리아 배구 역사상 첫 금메달을 선사한 파올라 에고누의 활약에 이탈리아 안에서도 적잖은 반향이 일어나고 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뉴스 통신사인 안사(ANSA)는 12일(이하 한국시각) “이탈리아 올림픽위원회(CONI) 건물 외벽에 에고누의 모습을 담은 벽화가 그려졌다”라고 보도했다.

그림에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스파이크를 날리는 에고누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배구공에는 “인종차별, 증오, 외국인 혐오, 무시를 멈추라”라는 문구가 적혔고, 그림 아래에는 ‘이탈리아다움(Italianita)’이라는 글이 더해졌다.

에고누는 앞선 11일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제1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배구 결승전 미국과의 경기에서 18득점을 몰아치며 팀의 3-0(25-18 25-20 25-17) 승리를 견인했다.

11일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제1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배구 결승전 이탈리아와 미국의 경기.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 이탈리아 선수들이 한데 모여 환호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이 금메달은 배구 강국으로 이름난 이탈리아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배구에서 따낸 금메달이었다.

이탈리아는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컵, 세계선수권, 네이션스 리그 등 다양한 국제대회를 제패해 왔지만, 올림픽에서는 남녀 모두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이러한 징크스를 깨는 선봉에 선 선수가 바로 에고누였다. 이탈리아 여자배구의 간판선수인 에고누는 조별리그는 물론이고 토너먼트 내내 팀 내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올리며 대회 MVP 수상의 영예도 누렸다.

그러나 금메달에 다다르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여전히 극우 세력의 입김이 강해 인종차별이 비교적 심하다고 평가받는 이탈리아에서 나이지리아 이민자 가정 출신인 에고누는 핍박과 혐오의 대상이었다.

9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제1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배구 준결승 튀르키예와 이탈리아의 경기에 출전한 이탈리아 파올로 에고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실제로 2022년 세계선수권에서 이탈리아가 준결승 탈락의 고배를 마셨을 당시, 에고누는 SNS를 통해 쏟아지는 인종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국가대표 잠정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에고누의 은퇴 선언은 마리오 드라기 당시 총리까지 나서서 에고누를 달랠 정도로 큰 파장을 몰고 왔지만, 인종차별은 여전했다. 당시 육군 소장이던 로베르토 반나치는 “그녀의 신체적 특징은 이탈리아인을 대표하지 않는다”라는 망언을 쏟아냈다.

반나치는 에고누가 금메달을 딴 후로도 “에고누의 능력에는 한 번도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지만, 신체적 특징이 대다수 이탈리아인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라며 변치 않는 고정관념을 드러냈다.

벽화 작가 라이카가 파올라 에고누의 벽화를 그린 뒤 개인 SNS에 올린 글. (사진=라이카 인스타그램 캡처)

이러한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그려진 것이 CONI 외벽에 그려진 벽화였다. 벽화를 그린 작가 ‘라이카’는 로마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사회적 불의를 고발하는 그림을 그려온 인물이다.

라이카는 벽화를 그린 후 이번 대표팀이 그간의 순혈주의를 깨고 혼혈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 성과를 만든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 이탈리아 여자배구 대표팀에는 에고누 외에도 코트디부아르 혈통인 미리암 실라, 아이슬란드 출신의 러시아계 혼혈인 예카테리나 안트로포바도 있었다.

라이카는 자신의 SNS를 통해 “(대표팀의) 이번 승리는 다민족 이탈리아를 인정하지 않는 ‘자칭 애국자’들의 안면을 강타했다”라며 “우리 나라에 더 이상 제노포비아, 인종차별, 혐오와 박해를 위한 자리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11일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제1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배구 결승전 이탈리아와 미국의 경기. 이탈리아 미리암 실라가 득점 후 포효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이어 “인종차별은 제압돼야 할 사회적 문제”라며 “스포츠를 통해 이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라이카는 “에고누, 실라, 안트로포바와 같은 선수들이 메달을 목에 걸고 국가를 부르는 것은 큰 기쁨을 느끼게 했다”라며 “이 벽화를 우리나라에서 ‘이탈리아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