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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 250만 이주민, ‘국민’으로 보호하고 있나?

2024-07-11     김성 소장

1960년대,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100달러도 안되는 가난한 나라였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이때 돈을 벌려고 독일로 떠났던 우리 광산노동자들이 갱도 붕괴시고로 23명이 숨졌다면 어땠을까? 유족들은 너무 먼 거리인데다 워낙 비싼 항공료나 체재비 때문에 현장을 찾아가는 일을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날 젊은 세대는 상상하기조차 어렵겠지만 그것이 우리나라 현실이었다. 젊은이들은 대학을 나오고서도 직장을 잡기 어려웠다. 하여 1963년부터 광부 7,900, 간호사 10,226명 등 모두 18,000여 명이 순차적으로 우리나라처럼 분단돼 있던 서독으로 떠났다. 광부들의 월급은 단돈 160달러. 그들은 피땀 흘려 번 돈을 국내로 송금했고, 그것이 당시 한국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후 파독 노동자의 절반이 독일국민으로 안주하여 가정을 꾸리게 됐다.

사망자 대부분 코리언 드림꿈꿨던 중국적 조선족

지난달 24경기도 화성시 전곡해양산업단지에 있는 아라셀이라는 리튬 일차전지 생산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숨졌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귀화한 중국 동포를 포함해 5명이었고, 중국 국적 17, 라오스 국적 1명이고 여성 17, 남성 6명이었다. 사망자들은 눈으로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돼 신원 파악에만 사흘이 걸렸다. 유족들의 사연도 기가 막혀 주변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우리 노동자가 서독까지 날아가 간호사와 광부로 일했던 것도 급격히 발전하는 서독에 3D업종 근로자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60년 뒤 한국에서 그런 외국인 취업이 재현되고 있다.

화성 참사로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을 다시 살펴보게 됐다. 2023년 통계로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50만 명을 넘어섰다.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 유학생, 외국국적 동포, 귀화자, 이주민 자녀 등을 포함한 숫자이다. 우리 인구를 5천만 명으로 쳤을 때 5%를 넘어선 것이다. 경상북도 인구(254만 명)만큼 이르게 됐다

그러나 앞으로 3D업종에 대한 취업기피로 외국인 산업인력 유입, 간병인과 가정관리사의 필요성 제고, 결혼, 선진국을 찾는 자연 유입 등으로 머지않아 4백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이주민 250만명 시대, 경북 인구와 맞먹어

이제 외국인이 없는 곳을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거제와 울산의 조선산업 근로자 113,000명 중 약 13%가 외국인인데, 올해 2만 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조선소가 그들에게 꿈의 직장인 이유는 급여가 자기나라보다 5배나 높기 때문이다. 그래 교사 출신 등 고학력자도 적지 않다. 충남의 한 버섯농장은 한국인 사장 1명을 제외하고는 직원 12명이 모두 캄보디아인이다. 캄보디아 말을 쓰고, 캄보디아 음식을 먹으면서 일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고려인 전쟁 피난민 900명을 구해와 유명한 광주 광산구의 고려인마을에는 고려인 7,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광주외국어방송을 통해 러시아 문자로 재난문자를 받고, 중앙아시아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과 빵집, 마트 등 100여 개의 가게도 밀집해 있다. 고려인 마을은 광주광역시의원까지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남 김해시 동상동(18.3%), 충북 음성군 대소면(19.5%) 등은 중소공장이 밀집해 있어 외국인 비중이 높다. 하여 행정기관에는 외국인 전용 민원창구가, 재래시장엔 외국인이 붐비는 경남의 이태원이 형성되고, 출입국 업무대행·불법체류 구제, 비자·이혼 등 업무를 외국어로 처리해주는 행정사·변호사 사무실이 줄줄이 들어선 법조거리도 있다. 이밖에 전국 곳곳에 베트남 등 각 나라별 집단 거주지가 조성되고 있다.

유엔은 이주한 이유가 자발적이든 자발적이지 않던 그리고 이주방법이 일반적이던 일반적이지 않던 관계없이 외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이주민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1년 이상의 장기 체류자가 많아 이제부터는 외국인보다는 이주민으로 부르는 게 타당하다. 이들 가운데 희망한다면 파독 노동자들처럼 영원히 거주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배려는 크게 부족하다.

불이익 조롱과 욕설 50%, 임금체불 37% 경험

지난 6월 하순 태국 출신인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한 공장에서 출입국 단속반에게 붙잡혀 수용됐다. 그녀는 이 과정에서 발목 부상을 입었다. 임신 6주차였는데 병원에서 약 처방 등을 받을 수 없었다. 이주노동단체들은 진료를 위해 일시 보호해제를 요구했다. 당국은 2,000만 원의 보증금을 내야한다고 했다. 그러나 거액의 보증금이 없어 출국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고국에서 유산 진단을 받았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은 출입국사무소가 이주여성노동자를 목조르는 용서할 수 없는 인권유린을 자행했다고 성명을 냈다.

이주민들이 가장 많이 당하는 피해는 임금체불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20년 조사에서 이주노동자 36.9%가 임금을 제때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2019년에는 응답 이주노동자 절반 가까이가 조롱과 욕설을, 15%가 직장 내 폭력을 경험했다고 했다. 범죄와 관련해서는 한국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사기를 많이 당한다. 법의 심판을 받게 되더라도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하는 이주민이 많다. 미등록 이주민이면 더욱 심각하다. 난방이 안되는 컨테이너 박스나 비닐하우스에서 겨울을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는 미등록 이주민만을 골라 협박하여 금품을 빼앗는 조직도 있다.

OECD가 정한 다인종·다문화 국가우리 안의 폐단 없애야

OECD는 이주민이 전체 인구의 5%를 넘어서면 다인종·다문화 국가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도 그 범주에 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선진국답게 폐단을 없애나가야 한다.

첫째, 인종차별금지법의 제정과 부수적인 행동의 실천이 필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20년 조사에 의하면 이주민 응답자 10명 중 7명이 한국사회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 한국의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확산에 크게 우려를 표명하고 인종차별 확산금지를 위해 인종차별 금지법 제정 등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한국정부에 권고하였다. 유엔은 1990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을 채택하고 체류자격에 관계없이 모든 이주노동자와 가족에게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미가입 상태이다. 서둘러서 국제적 협약들을 받아들여 이주민들이 완벽하게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 보완과 양질 일자리 마련 필요

둘째, 이주민에 대한 복지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기본적인 보호법을 제외하고도 이주민들이 아무런 불편없이 사회생활을 영위하도록 하는 사회적 보완책이 필요하다. 전남 화순군은 동남아 각국 결혼이주민 8명을 임기제 통역공무원으로 임명하여 이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광주의 전남대병원도 2010년 각 나라별 이주민을 홍보사절이라는 이름으로 선발하여 아시아국가 장관급 주요인사의 진료 및 수술을 통역하는 등 병원을 찾는 이주민들을 도와 많은 성과를 냈다. 그러나 직장을 가진 이주민 통역자들을 수시로 호출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았고, 운영비 부담도 적지 않아 중단하고 말았다. 따라서 행정이 주도하여 파트타임 통역이주민을 관리한다면 이주민의 일자리 확대는 물론 초행길 이주민들의 한국생활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한 이주민탄생에도 노력해야

셋째, 성공한 이주민이 많이 탄생하도록 해야 한다. 롯데그룹의 창업주나 미국에서 성공한 한인교포들이 적지 않았던 것처럼 한국의 이주민들 사이도 유력 기업인들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결혼이주민의 자녀들은 두 가지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국제화시대의 유망한 미래 인재들이다. 그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로 진출하여 성공한 한국인이 될 수 있도록 정부의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우리는 중국에서 소수민족을 배려하는 행정, 미국에서 소수민족에게 제공되는 언어와 문자서비스, 유럽에서 복지정책에 차별받지 않는 이주민들의 모습을 보아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이주민을 국민으로 보호하여 왔는가?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처럼 차별없이 행복한 말년을 보낼 수 있도록 시스템이 잘 작동되고 있는가? 결국 돈벌어 떠날 사람’‘노동 기계라는 편견만 가지고 있지는 않는가? 화성참사를 계기로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보아야 한다.  

김성(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