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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배구 외국인 감독시대와 국내 지도자 문제

2024-04-25     설재혁 기자

한국 배구에 ‘외국인 사령탑’ 바람이 불고 있다. 프로배구 V-리그 2023~2024시즌은 남녀부는 4명의 외국인 감독으로 출발했다. 남자부에서는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과 OK금융그룹의 오기노 마사지 감독, 여자부에서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과 페퍼저축은행 조 트린지 감독이 사령탑 자리에 앉았다.

시즌 도중 경질된 조 트린지 감독을 제외하고 3명의 감독 모두 뛰어난 성적표를 작성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대한항공의 4시즌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마사지 감독과 아본단자 감독은 각각 남녀부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냈다. 

역대 V-리그 최다 외국인 감독과 함께 한 시즌서 외국인 지도자가 좋은 성적을 보여주면서 구단들은 국내 감독보다 외국인 지도자에게 눈을 돌렸다. 2024~2025시즌은 남자부 7개 구단 중 5개 구단이 외국인 감독을 사령탑과 시즌을 출발한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도중 최태웅 감독과 결별하고 필립 블랑 감독을 선임했다. 창단 첫 최하위에 그친 KB손해보험은 시즌 종료 후 미겔 리베라 감독을 선임했고, 아쉽게 정규리그 2위로 마친 우리카드는 신영철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을 데려왔다.

새로 합류하는 3명의 외국인 감독 모두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고 있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블랑 감독은 11년간 프랑스 남자 대표팀을 지휘하며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냈고, 최근에는 일본 남자 대표팀을 이끌고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3위와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KB손해보험 리베라 감독 역시 2022년부터 스페인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고, 우리카드 파에스 감독은 이란 남자 대표팀 감독으로 파리 올림픽에 나선 후 구단에 합류한다.

V-리그뿐만 아니라 남녀 국가대표 감독도 외국인 감독으로 채워졌다. 대한배구협회는 지난달 남녀 배구 국가대표팀을 이끌 지도자로 각각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과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을 낙점했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4대 프로스포츠로 범위를 넓혀도 전례 없는 사례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모두 국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고, 여자프로농구의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과 남자프로농구 김효범 삼성 감독 두 명뿐이다. 두 감독 모두 서울에서 태어난 캐나다 교포다.

세계적 흐름에 맞는 다양한 선진 배구 도입으로 한국 배구에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국내 지도자들이 입지가 좁아졌다는 우려도 있다. 남자부에서 국내 사령탑은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과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만이 남아 있을 만큼 국내 지도자들의 설 자리가 줄었다.

이번 V-리그와 대표팀 감독 선임 상황을 보면 국내 지도자들의 육성이 필요한 시기임이 분명하다. 이번 협회와 배구 구단들의 선택으로 국내 지도자들에겐 자극제가 됐을 것이다. 국내 지도자들도 선의의 경쟁 구도를 통해 역량을 끌어올릴 시기다.

설재혁 기자 jaehyeok9@dailysports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