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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그 쪽도 필라테스를 아세요?

2023-11-21     우봉철 기자
(사진=최지현 강사가 필라테스 기구인 캐딜락을 이용해 척추 강화 효과가 있는 캐딜락 푸쉬스루바 스완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 최지현 강사)

코로나19 확산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생활체육을 향한 관심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필라테스는 생활체육 관련 각종 설문조사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인기 종목 1위'로 꼽히는 운동이다. 최근 서울 광진구에서 운영한 '가을숲속 필라테스' 등 각 지자체가 내놓은 필라테스 강의도 순식간에 선착순 마감이 끝나곤 한다.

이 같은 인기 배경에는 접근성이 있다. 실제 도심 곳곳에 필라테스를 배울 수 있는 센터가 있고, 집에서도 간단히 즐길 수 있는 일명 '홈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센터가 기구를 구비하고 있고, 개인 기구 없이 수행할 수 있는 동작들도 있기에 다른 종목에 비해 준비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는 점도 인기를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현대에는 필라테스하면 여성들이 많이 하는 운동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 기원은 본래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남성을 대상으로 한 재활치료다. 그래서일까, 최근에는 여성뿐 아니라 많은 남성 회원들도 필라테스 수업을 듣기 위해 센터를 찾곤 한다.

평일 저녁 찾은 성남 분당구 소재 '필라테스 초이'에서 마주한 풍경도 마찬가지였다. 직장에서 벗어난 뒤 운동으로 하루를 마무리 짓기 위해 필라테스를 택한 이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매트 위에서, 또 기구를 이용한 유연함의 향연이 이어졌다.

필라테스를 정의하자면, 독일의 요제프 필라테스가 창시한 체조다. 본래 창시자가 지은 명칭은 '컨트롤로지'였는데, 이후 요제프 필라테스가 사망하고 난 뒤 고객들이 컨트롤로지를 지키기 위한 회의에서 이 운동의 이름을 '필라테스'라 부르기로 정했다.

이후 미국의 제임스 개릭 박사가 필라테스의 재활요법 효과를 인정하고 1982년 최초로 무용인들의 재활을 위한 '무용재활센터'를 만들어 필라테스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어 그는 의학적으로 접근해 필라테스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뉴욕의 정형외과 의사들에게 재활 후 운동으로 필라테스를 추천했다.

(사진=최지현 강사가 필라테스 동작 중 하나인 라더바렐 스완 다이브를 선보이고 있다. 이 동작은 신전근과 둔근, 햄스트링 강화에 효과가 있다. / 최지현 강사)

올해로 사람들에게 필라테스를 교육한지 2년 차가 된 최지현 강사의 경우도 '허리 통증'을 잊기 위한 접근이 시작이었다. 

그는 "대학교 1학년 시절 자려고 누웠는데 허리가 너무 아팠어요. 한의원에서 침도 맞아보고, 정형외과에서 주사도 맞고, 물리 및 도수치료까지 안 해본 게 없었어요"라고 회상했다. 치료를 받을 당시에만 잠시 통증이 멈췄을 뿐, 나아지는 느낌은 없었다는 게 최 강사의 이야기다.

그런 상황에서 최지현 강사가 마지막 방법으로 택한 게 필라테스였다. 최 강사는 "필라테스가 자세 교정 재활 목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니 한번 믿고 해보자는 생각이었죠. 여기서도 아프면 병원에 누워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점점 허리가 안 아프더라고요. 여기에 재미와 흥미까지 느끼게 되면서 어느새 사람들에게 필라테스의 매력을 전하기까지 됐어요"라고 전했다.

필라테스는 기본적으로 자세를 유지하고 버티는 운동이다. 쉬워보이지만, 몸 중심부 코어가 부족한 사람에겐 상당한 운동 강도를 보인다. 바른 방법으로 수련할 경우 굽은 어깨나 등, 허리, 거북목 등을 교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어 사무직 직장인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는 운동이다.

이처럼 자세 교정과 재활 등에 초점이 맞춰진 필라테스지만, 한국에서는 연예인들이 몸매 관리용으로 많이 수련한다는 이야기가 방송 등을 통해 퍼지면서 미용 목적으로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최지현 강사는 "아무래도 SNS나 미디어, 최근에는 유튜브 시장 등에서 이슈가 되는 인플루언서들이 많이 배우고 홍보해서 필라테스의 인기가 늘고 있는 것 같아요"라면서도 "단순하게 미용 목적으로 필라테스가 이슈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몸과 마음, 강사와 회원 간 소통에서 이어지는 시너지 효과가 상당한 운동이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필라테스의 효과는 무엇일까.

최지현 강사는 "나의 몸의 숨겨진 정렬과 균형 밸런스를 찾을 수 있는 게 효과죠. 가장 안전하게 신체 기능을 발달 시키는 운동이에요. 쉽게 말해 평소 한 쪽으로 틀어져 있는 체형을 양 쪽 운동을 통해 몸의 균형을 맞춰주고 기능을 향상시켜요"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실제 최지현 강사는 X-Ray상 12도 이상 척추가 휘어진 척추측만증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필라테스를 시작하고 나서는 올해 촬영한 X-Ray에서 5도 안으로 미세하게 휘어있는 척추와 만날 수 있었다고.

최지현 강사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하루종일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는 기자 역시 필라테스에 대한 의욕이 샘 솟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연함과는 거리가 먼 몸을 지녔기에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이에 최지현 강사는 "이 세 가지 동작만 잘 되어도 다음 동작들은 보다 수월하게 가능할 것 같아요"라며 초보자들이 도전할 수 있는 입문용 필라테스 동작 세 가지를 추전했다.

먼저 '힙 롤스' 동작이 있다. 바닥에 허리를 붙이고 누운 뒤 다리를 모은 채로 세운다. 이어 손바닥이 땅을 향하도록 하며 허리를 들어올리는 동작이다. 척추 분절과 골반의 중립을 바닥과 공중에서 연습할 수 있는 동작인데,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하니 식은땀이 장난 아니었다.

두 번째는 필라테스 운동 시작 전이나 마무리로 진행하는 '롤 다운'이다. 신체 균형을 기록하는 의미의 정리운동으로 사용되는 롤 다운은 척추와 등, 목, 햄스트링을 스트레칭시켜 가동 범위를 늘려준다. 정면을 보고 똑바로 선 뒤 발끝을 향해 두 팔을 쭉 뻗으며 허리를 굽혀 내려가는 동작이다. 이는 척추 사이에 공간을 형성해 자세 교정, 올바른 척추 라인을 만드는 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추천 받은 동작은 '네발 기기 자세'다. 몸통이 흔들리지 않게 척추와 골반의 배열을 올바르게 맞추고 중립에 둔 상태에서 팔과 다리를 뻗어주는 자세다. 보기엔 쉬워보이나 직접 하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내 몸에 헛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자세이기도 하다. 이 동작은 신체의 균형감각이 늘어나고, 척추의 뒷근육과 속근육을 강화시키기 좋은 동작이다. 또 어깨 관절과 고관절의 유연성을 길러주는 동시에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도 자극할 수 있는 전방위적 동작이다.

(사진=필라테스 센터 내 구비된 각종 기구들. 회원들은 센터를 방문할 경우 비치된 기구를 이용해 여러 필라테스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 / 필라테스 초이)

입문용 동작들을 하기 전 필라테스는 간단히 할 수 있는 운동처럼 보였느나, 초보자가 하기에는 정확한 자세를 잡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자세에 따라 캐딜락과 리포머, 체어, 바렐 등 기구를 이용해야 하는 동작들도 있다. 이러한 기구들은 가격도 꽤 나가기에 개인이 구비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따라서 필라테스를 적극적으로 배워보고자 하는 이들은 이러한 기구들을 구비한 센터를 방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좋은 강사 또는 센터를 고르는 방법은 강사 약력 확인이다. 최근 필라테스 수요가 늘면서 센터가 많이 생기고 있는데, 그만큼 자격 미달의 강사들도 많아 오히려 몸을 다칠 수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때문에 강사의 이력과 포트폴리오 확인은 필수다. 재활이 목적이라면 물리치료사 출신 강사를, 유연성과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무용 출신 강사를 알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센터의 분위기나 환경이다. 자신과 잘 맞는 강사와의 만남도 중요하다. 때문에 여러 센터를 방문해 체험 수업을 받으며 자신과 맞는 곳을 찾는 게 현명하다.

최지현 강사 역시 "상담을 받으러 갔다면 센터의 환경과 컨디션을 잘 봤으면 좋겠어요"라며 "필라테스에 진심이고, 회원에게 진심인 강사를 만나야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어요. 블로그나 영수증 리뷰도 꼼꼼히 살펴보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이어 "고민하지 말고 도전하면 좋겠어요. 가장 추천하는 건 1대1 개인 레슨인데, 가격이 부담될 경우 친한 친구 혹은 가족과 함께 듀엣 레슨이나 그룹 레슨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아요"라고 팁을 전했다.

입문용 필라테스 동작들을 마치고 일어선 뒤 기분 탓이겠지만 한결 가벼워진 느낌을 받았다. 괜시레 허리도 꼿꼿해지고 목도 똑바로 선 느낌이랄까. 건강한 몸을 위해 생활체육에 뛰어들고 싶다면, 올겨울 필라테스의 바다에서 유연한 항해를 펼쳐보는 건 어떨까.

우봉철 기자  wbcmail@dailysports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