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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 유감

2023-05-25     오진곤 교수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가정의 달인 5월을 지나면서 노 키즈 존(No Kids Zone)' 이 주요 뉴스거리 소재로 빈번히 등장하고 있다. ‘노키즈존'은 식당이나 공연장 등에서 영유아와 어린이 출입을 금지하는 곳을 말한다. 우리는 'No Kids Zone'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영미권에서는 'Kids-free zone'이라고 표현한다. 노키즈존에 대한 국내의 여론은 다양하다. 어떤 부모들은 노키즈존을 차별적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부모들은 노키즈존을 지지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11월 노키즈존을 차별 행위라고 밝혔지만 노키즈존은 더 늘어나는 추세이다. 급기야는 한국의 노키즈존확산에 대해 외신도 보도하고 있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는 나라에서 어린이 출입 제한 공간이 늘어나는 것은 출산을 꺼리게 만들 수 있다는 워싱톤 포스트(WP)의 지적이다. WP'식당에 아이를 데려갈 수 없다면 차별일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다루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아이를 데리고 카페에 들어가려다 노키즈존이라는 이유로 제지당한 사례를 소개했다. 한국엔 술집이나 나이트클럽 같은 청소년 출입금지 구역 외에 어린아이 입장이 금지되는 '노키즈존'이 약 500곳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어린이날을 만든 사람이 소파 방정환 선생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 배경은 3.1운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 19193.1운동이 발발한 이후 방정환은 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의 민족의식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1923년 방정환과 일본 유학생 모임인 색동회가 주축이 되어 51일을 어린이날로 정했다. 이후 4년 뒤인 1927년에는 날짜를 5월의 첫 일요일로 변경하였다. 일제의 탄압으로 인해 어린이날 행사가 중단되었다가 해방 이후 1946년 첫 번째 일요일 55일을 어린이날로 정했다. 1923년 첫 번째 어린이날 기념행사에서 방정환은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을 배포한다.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하여 주시오라며 어린이들을 인격체로서 존중하길 당부했다. 당시 사람들은 아이들을 애 녀석’, ‘아해 놈등으로 부르며 아이들을 단순히 어른에게 종속되는 존재로 무시했다. 하물며 길거리 약장수들도 애들은 가라고 외쳤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오늘날의 우리 부모 세대이다. 어른들은 어리석게도 아이들은 늘 아이일거라고 착각한다.

언젠가 어린이였던 모든 어른들에게, 그리고 언젠가 어른이 될 모든 어린이에게라는 슬로건으로 상영되었던 영화가 있다. 세계적인 명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영화 E,T.(The Extra Terrestrial, 1982)이다. 홀로 지구에 남게 된 외계인 E.T.와 소년 소녀들과의 우정을 그린 내용이다. 외계인 식물학자인 ET는 동료들과 함께 식물 채집하러 왔다가 홀로 지구에 남겨지게 된다. 엘리엇(헨리 토마스)은 제대로 된 친구 없는 외로운 소년이다. 아빠는 애인과 함께 멕시코로 떠났고 엄마는 엘리엇의 말을 잘 믿지 않는다. 형 마이클과 형의 친구들과 어울리려 엘리엇은 애쓰지만 골칫덩어리 취급받으며 심부름만 다닌다. 형들이 시켜 피자 배달원에게 피자를 받던 중 이상 현상을 목격한다. 엘리엇은 외계인과 조우하게 된다. 엘리엇은 외계인과 우정을 쌓고 그에게 ET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고향으로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우여곡절 끝에 경찰들을 피해 ET와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달아나던 중 결국 잡힐 위기에 처한다. 이티가 초능력을 발휘하여 엘리엇은 물론이고 나머지 아이들도 동시에 하늘을 날게 된다. 엘리엇이 ET를 자전거 앞에 태우고 보름달을 가르며 밤하늘을 나는 장면은 영화사의 영원한 명장면이다. 그렇게 숲속에 도착하고 때마침 ET를 데리러 온 우주선이 도착한다. ET가 엘리엇에게 같이 떠나자고 말하지만 엘리엇은 지구에 남아야 한다고 말한다. ET는 자신의 심장에 손가락을 대고 엘리엇이 다쳤을 때 외치던 아야’(ouch)를 속삭인다. 엘리엇도 울먹이며 아야를 속삭인다. ET가 엘리엇의 이마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빛을 밝힌다. 그리고 영화 속의 감동 대사인 "난 바로 여기에 있을 거야"(I'll be right here)"를 외치며 떠난다. 엘리엇과 아이들이 떠나는 우주선을 바라보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 E.T.는 아이들과 어른들을 위한 작품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어린이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과 어른들의 아름다운 어린 시절을 소환하는 능력이 작품에 감동을 준다. 외계인을 발견한 사람이 엘리엇이 아닌 아빠나 엄마였다면 이야기는 많이 달라졌을 듯하다. 아마도 지구를 침범한 외계인과 지구를 지키고자 하는 지구인의 전쟁으로 발전하지 않았을까?

지난 해 추석 명절을 맞아 고향을 가는 열차를 탔다. 명절 고향길이라 열차는 만석이었고 사람들은 몸마음이 분주했다. 열차가 출발하자 겨우 한숨을 돌리고 다들 눈을 붙이는 시간이다. 그 순간 어디선가 아이 울음소리가 열차 안에 울려 퍼졌다 어디가 불편한지 칭얼대며 우는 소리가 많은 사람들을 짜증나게 한다. 젊은 아이 엄마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누군가 아이 좀 조용히 시키세요라고 불평도 한다. 그때 한 아주머니께서 아이 엄마에게 다가가 아이를 받아 안고 어르신다. 신기하게도 아이가 울음을 그친다. 아마도 초보 엄마의 아이 달래는 법이 아이를 불편하게 했나 보다. 그런데 그 열차 안의 사람들도 다 그런 시절을 보내지 않았는가? 어린 시절 없이 어른이 된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사업자들의 노키즈존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단순히 사업장의 수익만 생각할 시대는 아닌 듯싶다. 다른 손님들에게 아이가 방해되지 않은 어떤 대안을 더 많이 연구해야 한다. 노키즈존은 저출산 시대의 위기를 맞는 대한민국에 전혀 적합하지 않다. 출산의 문제를 떠나서라도 사람이 사는 세상을 생각해야 한다, 신혼 시절 우리 집 아래층에서 우리 아이 울음소리에 아랫집 부인이 불평했다. 그 남편은 아이 우는 소리가 사람 사는 소리여라며 자기 아내를 질책했다. 우리도 그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웃집 아이도 내 아이이다.

오진곤(서울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