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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들은 자기 성찰 통해 보도 방식에 대한 개선점 찾아야

2023-05-18     조성겸 교수

한국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지난 20년 동안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46%나 증가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반국민은 물론 정부, 언론, 의료기관 등 모두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 중 하나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를 제기하고, 그에 대한 토론을 촉진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데 중요한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이러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자살과 같은 민감하고 복잡한 이슈의 경우, 그 원인과 해결책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대신 단순하게 현상을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언론에서 자살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언론이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는 단어로 치환하여 보도하는 것에도 상당 부분 원인이 있다.

언론은 한국기자협회,보건복지부,중앙자살예방센터의 자살보도권고기준3.0에 따라 언론이 자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로 치환하여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것은 언론이 기준을 잘못 이해하고 적용한 결과다. 실제로 기준은 '자살'이나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라고 권장하고 있지만, 이것은 사망자의 사인을 함부로 추정하지 말라는 것이지, 이것을 '극단적 선택'이라고 표현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자살이라는 용어를 타부로 취급하는 것은 그 단어를 피하거나 치환함으로써, 그 단어가 대표하는 현상이나 문제를 완화하거나 없앨 수 있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구나 극단적 선택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호하다. 이러한 오해와 모호한 보도는 언론윤리강령이 주장하는 "사실의 전모를 정확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보도함으로써 진실을 추구할 것"이라는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언론 보도는 객관적이고 정확해야 한다.

언론이 '자살'이라는 단어를 왜곡하거나 치환하는 방식을 사용하면, 즉 자살이라는 현상을 간접적이거나 모호한 방식으로 보도하게 되면 이는 자살에 대한 공론화를 제한하며,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심도있게 이해하고, 적절한 대응 방안을 찾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된다.

반대로, 언론이 자살에 대한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이 문제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을 촉진한다면, 이는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자살 예방에 기여하는 '사회의 공론장'이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언론의 이러한 공론장 기능은 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비롯해서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에서 자살에 대한 선정적 정보가 범람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강조된다.

이제 언론은 자신의 보도 방식을 재검토하고, 기준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적용할 필요가 있다. 언론은 '자살'이라는 단어를 보도에서 피하거나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정확하게 보도하여 공론의 대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이는 자살의 상세한 원인이나 방법을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자살보도권고기준은 물론 WHO와 다른 외국 언론들의 자살 보도 지침에 따르면, 자살의 상세한 방법이나 동기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결국, 언론의 역할은 '자살'이라는 단어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는 자살 문제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유현재 서강대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자살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우리사회의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언론의 보도 방식이 잘못 이해되거나 관행화된 경우에는 개별 언론인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해야 한다. 단순히 기다리고 상황이 변할 것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개별적인 노력과 역량을 발휘하여 변경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선언즉배(善言則拜)라는 옛 말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준칙 개정은 중요한 과정이지만, 각자가 자신의 보도 방식을 반성하고 개선하며, 자살에 대한 민감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더 나은 보도를 실천해야 한다. 언론인들은 자신의 보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야 하며, 자기 성찰을 통해 보도 방식에 대한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언론의 힘과 영향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행동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조성겸(독자권익위원장·전 한국언론학회장)